새벽…….
고요 속에 다기 딸깍거리며…….
보이차 담긴 찻잔을 보며…….
어쩌면 그리도 닮았나!…….
나무들이 비탈에 서듯…….
나의 젊은 날 마시던 어지러운 물…….
닮았다……. 너무나…….
저녁 6시 잠 들어버린 육신을 깨우는 이 새벽엔…….
어떤 이 는 대통령 질을 또 하게 되었고…….
나는 바람벽에 베개 세우고 벗 삼아 차를 마신다.…….
예전에 해장술 하던 모습으로…….
어허, 보이차도 취 한다.
새벽은
모든 중생이 깨어난다!…….
산사의 신종소리가 멀리서 들리는 듯…….
종각 처마에 깃들었던 이름모를 산새의 날개깃소리…….
그리고 베개에 부딪치는 찻잔 소리가.
이 새벽 나에 영혼에 깃든다.
그래서 나는 거시기하다.
2004.11.04
꽃
詩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BGM : Ernesto cortazar - dream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