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발전소/자전거타며...

기어비(gear ratio)의 이해

하늘벗삼아 2017. 7. 5. 08:50

기어비(gear ratio)의 이해는 자전거 생활을 하는 데 꽤 유용한 상식 중 하나이다. 자전거 동작의 기본 원리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기어비의 이해가 자전거를 더욱 재미있게 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어비에 따라 경사가 심한 언덕길도 쉽게 오를 수 있고, 같은 힘으로 탄력을 조절하여 속도를 더 낼 수도 있다. 기어비를 어렵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는데, 사실 그 원리는 아주 간단하다.

기어란 무엇인가? 국어사전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2개 또는 그 이상의 축 사이에 회전이나 동력을 전달하는 장치.” 이해가 가는가? 아니면 ‘엥~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이지?’라는 생각이 드는가? 글로만 보면 도대체 기어가 뭔지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쉽게 생각해보자. 자전거에서 기어란 ‘톱니바퀴’를 말한다. 그리고 자전거의 기어는 두 군데가 있다. 하나는 앞쪽 톱니바퀴 즉 체인 링(1~3장)과 뒤쪽 톱니바퀴 즉 스프로킷(7~10장)이다. 스프로킷 한 장 한 장을 코그(cog)라고도 한다. 자전거 종류에 따라 앞쪽 혹은 뒤쪽 톱니바퀴의 개수는 달라질 수 있다. 각각의 톱니바퀴에는 다른 수의 톱니(tooth)를 가지고 있다. 자~ 그럼 기어비란 무엇인가? 기어비는 말 그대로 ‘기어 사이의 비율’, 즉 두 톱니바퀴 간의 비율을 말한다. 그러므로 체인이 각각 어느 톱니바퀴에 걸리느냐에 따라 기어비가 달라지게 된다. 조금 이해가 되는가?

간단히 예를 들어보자. 체인이 20T(Tooth, 톱니)를 가지는 앞 체인 링과 10T를 가지는 뒤 코그에 걸려 있다고 하자. 이때의 기어비는 20T/10T(20 나누기 10)가 된다. 즉 두 기어 사이의 기어비는 2가 되고 이는 앞쪽 톱니 수가 뒤쪽 톱니 수의 2배의 비율로 가지고 있다는 말이 된다. 그렇다면 앞 기어(20T 체인 링)가 한 바퀴 돌았을때, 뒤 기어는 몇 바퀴나 돌까? 그렇다. 체인에 의해 뒤 기어(10T 코그)가 두 바퀴 돌아가게 된다. 쉽게 말해 페달을 한 바퀴 돌리면 뒷바퀴는 두 바퀴를 돈다는 의미가 된다. 어렵지 않다.

그럼 보통 산악 27단 자전거의 각각의 기어비는 다음의 표와 같이 계산할 수 있다. 프런트(Front)는 앞 체인 링 단수를, 리어(Rear)는 뒤 스프로킷 단수를 나타내며, T는 각각 체인 링과 코그의 톱니 수를 나타낸다. 제품에 따라 톱니 수가 조금씩 달라지기도 하는데, 표는 시마노 일반 제품에 나온 톱니 수를 기준으로 작성한 것이다.

Front

T

Rear

T

기어비

3

44

1

34

1.29

3

44

2

30

1.47

3

44

3

26

1.69

3

44

4

23

1.91

3

44

5

20

2.20

3

44

6

17

2.59

3

44

7

15

2.93

3

44

8

13

3.38

3

44

9

11

4.00

2

32

1

34

0.94

2

32

2

30

1.07

2

32

3

26

1.23

2

32

4

23

1.39

2

32

5

20

1.60

2

32

6

17

1.88

2

32

7

15

2.13

2

32

8

13

2.46

2

32

9

11

2.91

1

22

1

34

0.65

1

22

2

30

0.73

1

22

3

26

0.85

1

22

4

23

0.96

1

22

5

20

1.10

1

22

6

17

1.29

1

22

7

15

1.47

1

22

8

13

1.69

1

22

9

11

2.00

여기서 한 가지 알고 넘어가야 할 것이, 각 기어에는 번호가 붙는다는 것이다. 즉 앞쪽이 3단 크랭크라면 체인 링이 세 개 있고, 프레임에 가까운 체인 링(가장 작은 체인 링)이 1번, 먼 체인 링(가장 큰 체인 링)이 3번이 된다. 스프로킷도 마찬가지다. 프레임에서 가까운 코그(가장 큰 코그)가 1번이고 가장 먼 코그(가장 작은 코그)가 9번(9단 스프로킷의 경우)이 된다.

표에서 가장 큰 기어비는 3-9에서 나오며 이때 4.00이 된다. 즉 페달 한 바퀴에 뒷바퀴는 무려 네 바퀴 돈다는 의미가 된다. 일반적으로 무거운 기어비라 하는데 평지에서 이 기어비의 페달링은 힘이 들어가게 된다. 반대로 가장 작은 기어비는 1-1로 0.65가 된다. 이는 페달 한 바퀴 돌릴 때 뒷바퀴는 0.65번 돈다는 의미가 된다. 가벼운 기어비라 하며, 평지에서는 페달이 헛도는 느낌이 든다.

조금 더 생각해보자. 각 기어비에 바퀴의 원주를 곱하면 페달 한 바퀴에 대한 진행 거리가 나온다. 예를 들어 타이어 둘레가 206센티미터(보통 26인치 휠세트에 2.0 두께의 타이어 기준)인 바퀴를 가진 자전거라면 기어비를 3-9에 놓고 페달을 한 바퀴 돌렸을 때 4(기어비)×206센티미터(바퀴 원주), 즉 824센티미터를 진행한다. 대략 8미터 정도를 진행한다고 보면 된다.

그럼 재미있는 문제를 하나 풀어보자. 서울에서 용인 에버랜드까지의 거리를 약 40킬로미터 정도로 가정하고, 26인치 휠세트(타이어 둘레 206센티미터) 자전거를 타고, 기어를 2-6에 맞춘 뒤 한 번도 바꾸지 않고 에버랜드로 놀러 가려면 페달을 몇 번이나 돌려야 할까?

페달 수×1.8(기어비)×206cm(바퀴 원주)=40km
페달 수=40000m/[1.88(기어비)×2.06m(바퀴 원주)]=약 10,328회

즉 페달을 1만 번하고도 3백 번을 더 돌리면 에버랜드에 도착하게 된다.

그리고 1분당 끊임없이 80RPM(revolutions per minute, 분당 페달 회전수)을 유지하며 페달링을 하면 시간이 얼마 걸릴까?

10,328회 / 80회=129분=2시간 9분

이렇게 기어비의 원리를 알면, 자전거의 원리도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행 환경에 따른 효율적인 변속 사용법도 알 수 있다. 무심히 바꾸던 변속 레버 하나에도 많은 내용이 있다는 게 놀랍지 않은가?(적어도 나는 놀랍다.)

기어비 사용 시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보통 산악자전거의 경우 앞쪽이 3단, 뒤쪽이 9단이다. 그러므로 총 3×9=27개의 기어 조합을 사용할 수 있는데, 이때 사용하지 말아야 하는 기어의 조합이 있다. 즉 1-9나 3-1과 같은 기어의 조합은 체인라인(chain-line)이 지나치게 틀어지므로, 체인과 톱니바퀴의 마모를 촉진시켜 구동계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더구나 1-9(2.00)와 3-1(1.29)과 같은 기어 조합은 2-6(1.88)이나 2-3(1.23)과 같은 조합으로도 충분히 대체 가능한 기어비이기 때문에 굳이 사용할 이유가 없다. 그러므로 앞단이 1단인 경우 뒷단은 1~5단 정도로 업힐 또는 저속 중심의 라이딩에 적합한 조합이고, 앞단 2단인 경우 뒷단은 3~7단 정도로 평지 및 중간 속도의 라이딩에 적합한 조합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앞단이 3단인 경우는 뒷단이 5~9단 정도로 다운힐이나 고속 중심의 라이딩에 적합한 조합이라고 할 수 있다. 별것 아닐 수 있지만, 작은 변속 습관이 자전거에는 큰 차이를 만들 수도 있다.

기어비는 체인이 어떤 톱니바퀴에 걸리느냐에 따라 매번 달라진다. 그리고 기어비를 이해하면 여러 가지 상황에 맞는 적당한 기어의 조합을 활용할 수 있고, 아울러 본인에게 맞는 라이딩 기술과 효율적인 페달링도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