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에 속삭이는 햇살 - 김영랑(金永郞)
돌담에 속삭이는 햇살같이
풀 아래 웃음 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새악시 볼에 떠오는 부끄럼같이
시의 가슴에 살포시 젖는
물결같이
보드레한 에메랄드 얇게 흐르는
실비단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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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랑(金永郞)
/ 1902∼1950
시인. 본명은 김윤식(金允植).
전남 강진에서 출생. 휘문 의숙을 졸업하고,
일본 도쿄의 아오야마 학원에서 수학했다. 귀국 후 박용철, 이하윤 등과 동인지 <시문학>에 참여하여 [동백잎에 빛나는 마음] [쓸쓸한
뫼 앞에] [제야]등의 서정시를 발표하였다. 이어 <문예월간> <시원> <문학>등에 한국의 전통적 서정의 세계를
아름다운 시어로 표현했다. 8.15광복 후에는 공보처 출판국장을 지냈으며, 민족주의 진영에 서서 문화 운동에 전력하다가 6.25남침 중 서울에서
포탄의 파편을 맞아 숨졌다. 언어의 율조 및 잘 다듬어진 시형과 섬세하면서도 영롱한 정서가 어우러진 그의 시는 순수 서정시로서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였다.
시집에는 <영랑 시선> <영랑 시집>등이 있으며, 많은 시편 가운데 [모란이 피기까지는] [내 마음
아실 이] [오~매 단풍 들것네]등은 널리 애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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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아실 이 - 김영랑(金永郞)
내 마음을 아실 이
내 혼자 마음 날같이 아실 이
그래도 어데냐
계실 것이면
내 마음에 때때로 어리우는 티끌과
속임 없는 눈물의 간곡한 방울방울
푸른 밤 고이 맺는 이슬 같은
보람을
보밴 듯 감추었다 내어드리지
아! 그립다
내 혼자 마음 날같이 아실 이
꿈에나 아득히
보이는가
향 맑은 옥돌에 불이 달아
사랑은 타기도 하오련만
불빛에 연긴 듯 희미론 마음은
사랑도 모르리 내 혼자
마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