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질
북조선에선 남녀가 사귀는 걸 두고
연애질이라고 한다는데, 연애질
그, -질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뭔가
끊임없이 움직이는 게 보여
삽질 가래질 쟁기질 써레질
호미질 낫질로 일구어낸 만평 푸른
보리밭 물결이 보이고 휘영청
달빛 젖은 이랑 사이로
검은 두 그림자 무너지는 게 보이고
어디선가 쿵덕 쿵덕 쿵덕
방아 찧는 발동기 소리 들리는 듯해
누가, 거기 대고 손가락질을 하겠어
몸으로 뭔가 질퍽대고 싶은 게 사랑인데
흘끔흘끔 곁눈질만 하다가 깔작깔작
입질만 하다가 돌아서는 당신
어디 이걸 낚시질이라 할 수 있겠어
핏대 세우고 삿대질만 해대는 당신들,
쌈질은 발길질 주먹질로 걸어야지
연장이 있으면 뭐해, 연장질을 해야지
구멍 난 냄비나 솥단지 때우듯이
애정 전선에 균열이 생기면 즉시
물샐 틈 없이 온몸으로 땜질을 해야지
우라질, 그 놈의 마음만 있으면 뭐하냐구
몸이 떠나는데, 그걸 뭣에다 쓰냐구 젠장 !
詩..연애질 / 이덕규
사진작가..Denis Olivier
2007 /0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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