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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묵, 젓갈, 맛살도 못믿는다” ... 방사능 ‘괴담’ 수준 넘어 실생활 파고들어

하늘벗삼아 2013. 8. 9. 15:26

 

식품업계 ‘러시아산’ 주장에도 안정성 장담 못해 
명태 내장 방사능 검사없이 통관 ... 젓갈로 유통

유재형 기자 = 후쿠시마 방사능 유출 여파가 괴담 수준을 넘어 수산물 제조·유통업계를 괴롭히고 있다. 

6일 일본 원전 당국자가 후쿠시마 오염수 유출에 대해 ‘비상사태’라고 표현할 만큼 오염 사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자 SNS를 중심으로 직접적인 수산물 섭취 외에도 대표적인 서민 음식인 어묵까지 위험하다는 여론이 꿈틀대고 있다.

어묵 함유물 중 명태살이 일본 해역에서 잡혀 들여온 것이라는 것. 이 때문에 방사능 물질이 가공 식품인 어묵에 들어갔을 확률이 높다는 주장이 확산되자 관련 제조·유통업체들이 여론 확산 추이에 주목하고 있다.  

원산지 확인을 위해 대형마트를 확인한 결과, 정확한 원료 원산지 국가 표기는 생략한 채 대다수 ‘수입산’으로 표기돼 있었다. 제품별로 고가의 제품은 실꼬리 돔, 도미살 등 고급어종이 첨가돼 있었고, 길거리 음식으로 유통되는 꼬지용 어묵의 경우 수입 명태살이 주로 쓰인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산을 수입하는 것보다 값싼 러시아나 미국 알래스카 해역 명태를 들여오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산은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논리다. 그러나 원전 사고 이후 시장 상황은 급변했다. 일본산에 대한 불신이 깊자 원산지를 거짓으로 꾸며 러시아산으로 표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실제 지난해 9월 속초해양경찰서는 냉동명태의 원산지를 속여 일본산 냉동명태 5톤(1억8천만 원)을 러시아산으로 둔갑시킨 혐의로 명태가공업체 대표 A(31)씨를 구속하기도 했다.  

방사성 물질에 의한 수산물의 안전성 논란이 일어나면서 원양산 수산물 소비가 위축되자 한때 마리당 3000원까지 치솟았던 명태 가격은 반대로 30% 가량 떨어지는 현상을 빗고 있다. 홋카이도 근해에서 잡히는 명태는 원전 사고 이전인 2010년 한 해 2만8415톤이 한국에 수출됐으나 최근에는 6000톤 수준으로 급감했다. 

사조대림의 ‘큐슈 사츠마아게’ 제품은 일본 가고시마 특산품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원재료 산지에 대한 정보는 본사 홍보실을 통해 인도산이라는 사실을 어렵사리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마트나 노점에서 즉석으로 튀겨 파는 수제 어묵의 경우 연육(생선살)에 대한 정보를 구할 수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연육의 함량과 원산지는 물론 어묵 반죽에 들어가는 채소의 출처까지 조리사가 제시하는 정보만이 유일한 단서이다. 

서울시내 대형마트 몇 곳에서 수제 어묵의 재료로 쓰이는 연육의 원산지를 확인한 결과, 대부분 러시아산이라 답했다. 그렇다면 과연 러시아산은 안전할까? 

전혀 그렇지 않다. 식약처에서도 러시안산 명태에서 방사능이 검출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러시아산 명태로 가공한 제품이라는 안전도는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김익중 동국대학교 의대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시민단체가 조사한 결과 일본산이든 러시아산이든 모두 방사능 물질인 세슘이 검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식약처 관계자는 “러시아 수산물에서 방사능이 일부 검출되고 있지만 모두 기준치 이하”인 점을 강조했다. 이 같은 식약처의 답변에 대해 김 교수는 “기준치 자체가 무의미하다. 기준치 이하라고 해서 의학적으로 안전하다는 해석은 결코 아니다”라며, “국민에게 러시아산 수산물은 물론 태평양 전체 방사능 오염도에 대해 정확한 수치가 정보가 제공되어야 마땅하다”고 반박했다. 

또 김 교수는 “TV 불만제로 프로그램 내용에서 알 수 있듯 국내유통 명태 90%가 러시아산이 아닌 일본산이었다”고 주장했다.    

국내 제조 젓갈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국내 생태 어획량이 전무하기에 북해도 인근에서 잡힌 일본산이 다수 차지한다. 명태의 창자를 채 썰어 양념에 버무린 창란젓과 명태의 알을 소금에 절여 삭힌 명란젓 등 내장 부위는 여과 없이 밥상에 오르내리고 있다.

내장 부위가 연육 부위에 비해 특별히 피폭량이 크다고는 장담할 수 없으나 국내 검역 체계로는 내장 부위 검사 항목이 없어 원산지에 상관없이 그 정확한 방사능 수치를 알 수 없다는 맹점을 안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산 생태가 아닌 러시아나 미국산 명태를 들여와 젓갈을 제조한다고 해도 안전성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일본산 수산물에 대해서는 강화된 방사능 수치 검사 규정을 적용하고 있으나 러시아나 알래스카를 포함한 전체 수산물에 대해서는 1986년 체르노빌 사태 이후 관행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연차 계획에 의한 검사만을 벌이고 있어 불신의 싹이 되고 있다. 

명태를 원료로 한 가공식품은 어묵, 젓갈, 맛살, 생선까스 등 씨제이 제일제당, 한성기업, 사조대림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판매하는 제품 십여 가지가 유통되고 있다. 또 일본에서 직접 제조한 어묵이나 젓갈까지 수입되고 있다. 식약처 수입식품 연도별 통계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수산물가공품 257건, 양념젓갈 13건, 어묵 98건이 들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측의 거짓말로 인해 확산된 먹을거리 공포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계 당국과 식품업계의 참된 후대책에 그 답을 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재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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