酒 와 茶/茶 茶 茶

보이차란? -1

하늘벗삼아 2012. 7. 22. 09:25



 

여기 오신 분들 중에는 보이차를 처음 접하는 분들도 많으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차(茶)라고 하는 것은 원료 면에서는 거의 동일합니다. 차는 학명으로는 카멜리아 시넨시스(Camellia sinensis)라고 하며 이 나무의 잎을 원료로 여러 가지 차를 만들게 됩니다. 다만 지역에 따라 차나무의 생장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찻잎이 생산되는 것입니다.

 

차의 분류 방법에는 여러 기준이 있을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 ‘발효’와 ‘색’에 따라 나누는 것을 많이 보셨을 겁니다. 발효 정도에 따라서는 불발효차-반발효차(10~85%)-발효차(85%이상)-후발효차(처리 공정 후 발효)로 분류하고, 색에 따라서는 녹차-황차-백차-우롱차-홍차-흑차로 나눌 수 있습니다. 대개 발효에 따라 녹색->홍색->흑색 순으로 차의 색이 변하게 됩니다.

 

 

 

우리가 이제 접하게 될 보이차는 흑차(黑茶)로 분류되는데, 흑차는 일반적으로 후발효차(後醱酵茶)에 속합니다. 그러나 보이차와 흑차의 가공 방법은 차이가 있습니다. 흑차 가공의 원료는 중․소엽종으로, 신선한 찻잎의 채취에서 제품 완성까지의 과정 중에서만 발효가 됩니다. 그러나 보이차의 원료는 대엽종 찻잎을 쇄청(晒靑, 햇볕에 말려 푸른 기운을 없앰)한 녹차로, 적당한 조수(潮水, 물뿌림)와 악퇴(渥堆, 눌러 쌓아둠) 과정과 미생물의 자연 발효로 품질을 형성한 후에도 보관시 지속적으로 발효가 됩니다. 보이차의 품질은 나무의 품종 외에도, 광화학과 유익 미생물의 작용에 의해 영향을 받습니다.


보이차는 짙은 갈색으로 찻물 역시 검고 붉은 빛을 띱니다. 발효된 특유의 향이 있지만 곧 익숙해집니다. 맛은 떫거나 쓰지 않고, 마신 후 은은한 감미가 도는 것이 특징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김치나 된장 등의 발효식품을 자주 접하기 때문에, 발효차의 효능에 대해 짐작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보이차의 효능에 대해서는 과학적으로도 중국과 대만 등지에서 많은 연구가 있어 논문도 발표됐으며, 프랑스에서도 실험한 결과가 있습니다. (다만 우리나라 법령상 이러한 부분을 상품 사이트에서 공시하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궁금하신 분은 메일을 주시면 성심껏 답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보이차가 화제가 된 것은 그 비싼 가격 때문이겠습니다. 100g에 1000만원이 넘었다는 보도도 있고, 주위에서 파는 것도 몇십만 원을 호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보이차가 오랜 세월을 거쳐 숙성되기 때문에,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을 수밖에 없어 파생되는 문제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대만과 홍콩 등지에서 가격이 폭등한 데 원인이 있습니다.

 

보이차는 운남성 특산품이기 때문에, 중국 대륙이 공산화되면서부터 보이차를 얻기가 매우 어려워졌고, 오래 숙성된 보이차는 그 수가 더욱 적었습니다. 1980년대에 이르러 어느 정도 무역의 숨통이 트이면서 대만에서는 보이차 붐이 일어나 가격이 올라갔고, 돈이 있어도 구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개의 보이차 상식은 대만에서 온 것이기 때문에 그들의 입장이 반영된 것도 무리는 아니겠습니다.

 

 


그러다보니 가짜가 성행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눈으로 봐서는 이것이 3년된 것인지 30년된 것인지를 판별할 수가 없다보니, 경험이 별로 없는 손님에게 엉터리 보이차를 권해 바가지를 씌우는 일도 허다합니다. 주로 이런 제품을 가리켜 습창(濕倉) 보이차라고 합니다. 이는 베트남이나 광동성에서 출하된 보이차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운남성은 고산지대로 선선한 날씨에 바람이 많아 습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발효도 더디게 진행됩니다. 그러나 이 보이차가 덥고 습한 지역에서는 금방 발효가 됩니다.

 

무역이 성했던 광동성의 상인들은 창고에 쌓아놓은 보이차가 쉽게 발효가 된 것을 발견했고, 한발 더 나아가 제품에 물을 뿌려 발효를 촉진하도록 했습니다. 이 방법은 비록 빠른 발효 효과를 얻을 수 있으나, 다른 잡균을 전혀 통제할 수 없었습니다. 이렇게 만든 습창 보이차는 역하고 자극적인 매캐한 맛이 납니다. 이러한 제품을 좋은 보이차로 잘못 오인하는 경우는 없어야겠습니다만, 많은 상인들이 보이차의 높은 가격을 노리고 마구 파는 것이 사실입니다.

 


보이차가 혁신적인 전기를 맞게 된 것은 1973년입니다. 중국 정부에서는 보이차의 발효 과정을 과학적으로 연구하여 대중적으로 보급할 수 있도록 운남성의 유명 차창(차 제조사)에 개발을 지시합니다. 이때 곤명차창이 연구 개발을 주도했고, 맹해, 하관, 임창 등의 차창에서 자신들의 기술을 덧붙여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광동성의 습창 보이차의 경우를 유념하여, 적당한 온도와 습도 하에서 발효를 조절하는 기술과 방식을 개발해냈고, 전체 숙성 기간은 3년, 제품 생산과 출하는 3개월로 단축시켰습니다. 이렇게 생산된 보이차(이하 근대적 보이차)를 일명 숙차(熟茶)라 부르며, 예전의 보이차(이하 전통 보이차)는 청차(靑茶) 혹은 생차(生茶)라고 부릅니다. 근대적 보이차는 숙성이 된 상태에서 출시되기 때문에, 구입 상태에서 바로 보이차의 맛을 즐길 수가 있습니다. 또한 보관하는 동안에도 발효가 진행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물론 제품 구입 당시에는 전통 보이차가 지닌 세월의 숙성도와 비교할 수 없지만, 시간이 흐른 후엔 특유의 숙성된 풍미가 생겨 전통 보이차와 견줄 수 있게 됩니다. 1970년대에 생산된 숙차 역시 지금은 매우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합니다.


현재 저희가 판매하고 있는 ‘운남 하관 보이차’는 숙차에 해당합니다. 보이차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분들이 숙차를 터부시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당연히 오랜 세월 숙성된 전통 보이차가 맛과 향에서 훨씬 뛰어납니다. 문제는 그것을 투명하게 거래할 수 있는 통로가 없고, 동일한 제품의 질을 보장할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일례로, 운남성에서 모든 보이차의 수출을 담당했던 ‘운남성차엽공사 진출구공사’를 방문했을 때, 그곳 담당자조차도 자신들이 수출했던 30년 전의 보이차를 구할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사무실 밖에만 나가면 30년된 진품을 판매한다는 상점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습니다. 그 제품이 진품인지 아닌지를 판별하는 것은 객관적으로 힘들고, 외국인이나 초보자라면 불가능합니다.


발효차로서 보이차는 맛과 향이 좋으며 효능도 뛰어난 차입니다. 기회가 닿아야 얻을 수 있는 비싼 보이차만이 그러한 역할을 하지는 않습니다. 밥이 보약이란 말도 있듯이, 저렴한 가격에 믿을 수 있는 품질의 차를 자주 마시는 게 낫다는 건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또한 오래되고 비싼 보이차를 즐기기 위해서는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안목을 키워야 하는데, 그러한 면에서도 운남 하관 보이차와 같은 좋은 품질의 차가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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