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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두통약 뇌신

하늘벗삼아 2013. 7. 16. 09:13

어머니의 두통약 뇌신

 

  이승하

 

  오후의 햇살이 비쳐들면

  세상은 졸음에 겨워 노랗게 되곤 했습니다

  가게 한 귀퉁이에서 어린 저는 졸고

  어머니 이맛살에는 깊은 골이 패었습니다

  누가 그렇게 괭이질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요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누르고 누르고

  나중에는 손등으로 이마를 때리고 때립니다

  처음에는 하루에 한 포 나중에는 하루에 다섯 포

  머릿속에 거머리가 기어다니는 것 같구나

 

  약의 양이 느는 동안 어머니는 늙어갔습니다

  노란 셀로판지 하늘 붉은 색으로 바뀌면

  어머니는 마침내 저를 깨우고

  저는 약국에 가 뇌신을 사오곤 했습니다

  한 사발 물과 함께 이맛살이 평평해지면

  어머니는 가게 문을 닫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약에 취해 비틀비틀 걸어가시면서

  아이고, 머리가 안 아프니 살 것 같다

  아들 보며 희미하게 웃으시는 어머니

  어느 날은 뇌신 한 포 몰래 먹어 봤더니

  세상이 금방 노랗게 변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니 곁에서 오래오래 잠들고 싶었을 따름이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