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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 Chagall(1887-1985)_"Green Violinist" (1923-1924. Oil on canvas. 108.6 x 198 cm. The Solomon R. Guggenheim Museum. New York. USA.) 어머니의 편지 -세르게이 예세닌(1895-1925) 이제 뭘 더 생각할 게 있겠는가, 이제 뭘 더 쓸 게 있겠는가? 내 눈 앞 우울한 책상 위에 놓인 어머니의 편지. 어머니는 이렇게 쓰신다. "될 수 있으면 말이다, 얘야, 크리스마스 때 우리한테 내려오려무나. 내게는 목도리를 하나 사 주고, 아버지께는 바지를 한 벌 사 다오. 집에는 부족한 게 너무 많단다. 네가 시인이라는 거, 좋지 않은 평판만 얻고 있는 거, 난 정말이지 못마땅하다. 차라리 네가 어릴 적부터 뜰로 쟁기나 몰고 다녔더라면 훨씬 더 좋았을 텐데. 나도 이젠 늙었고 몸도 영 좋지 않단다. ………… 사랑하는 내 아들아, 대체 네가 왜 이렇게 되었느냐? 그토록 얌전하고, 그토록 순한 아이였는데. 모두들 앞을 다퉈 말하곤 했지. 저 아이 아버지는 얼마나 행복할까! 라고. 네게 품었던 우리의 희망은 물거품이 되어 버렸구나. 게다가 더 가슴 아프고 쓰라린 것은, 그나마 네가 시로 버는 돈이 꽤 많을 것이라는 허황한 생각을 네 아버지가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다믄 얼마를 벌든 간에, 네가 돈을 집에 보낸 적은 한 번도 없지. 네 시가 그토록 서러운 걸 보면 나도 알겠다, 시인들한텐 돈을 잘 안 주나 보다는 걸. 네가 시인이라는 거, 좋지 않은 평판만 얻고 있는 거, 난 정말이지 못마땅하다. 차라리 네가 어릴 적부터 뜰로 쟁기나 몰고 다녔더라면 훨씬 더 좋았을 텐데. 요즘은 온통 슬픈 일 투성이다. 암흑 속에서 사는 것만 같구나. 말(馬)도 없단다. 네가 집에만 있었더라면, 지금쯤 우리에겐 모든 게 있을 텐데, 네 머리로 동네 읍장인들 안 됐겠느냐. 그랬더라면 더 당당하게 살았을 텐데, 아무한테도 끌려다니지 않고, 너 역시나 필요없는 고생은 안 했을 텐데, 네 처한테는 실 잣는 일이나 시키고, 너는 아들답게, 우리의 노년을 돌보지 않았겠느냐." ………… 편지를 구겨 버린 나는 우울해진다. 정말이지 내 이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날 길은 없는 것인가? 그러나 내 모든 생각은 나중에 털어놓으련다. 답장에서 털어놓으련다. Addition I 
Marc Chagall(1887-1985)_"Mother at the Oven" (1914. Oil on cardboard mounted on canvas. Dimensions: unknown. Private collection.) 註 세르게이 알렉산드로비치 예세닌(Sergei Aleksandrovich Yesenin, 1895-1925): 러시아 랴잔에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남. 1922년 프랑스 파리에서 18년 연상인 이사도라 던컨과 결혼. 1925년 크리스마스 전전날,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여관에서 손목을 긋고, 그 피로 마지막 시 <안녕, 벗이여>를 쓴 후 방 천장 온열(보일러) 파이프에 목을 매닮. Addition II 
Yesenin in coffin_from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어머니 왈, "네 머리로 동네 읍장인들 안 됐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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