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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분향소 찾은 ‘정의론’의 마이클 샌델 교수

하늘벗삼아 2012. 6. 4. 02:08
쌍용차 분향소 찾은 ‘정의론’의 마이클 샌델 교수
박원순 시장과 서울시청 가던 중 돌발 방문... 여권 정치인 방문자는 아무도 없어

정운현  | 등록:2012-06-03 12:33:20 | 최종:2012-06-03 13:30:01

 

기사원본   http://www.poweroftruth.net/news/mainView.php?uid=901&table=byple_news






박원순 시장과 서울시청 가던 중 돌발 방문...

 여권 정치인 방문자는 아무도 없어


 

▲ 마이클 샌델(왼쪽) 교수가 대한문 앞에 마련된 쌍용차 희생자 분향소에 들러 김정우 쌍용차 지부장과 대화하고 있다. © yman 0825

지난해 한국사회에 ‘정의론’ 화두를 던진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 미 하버드대 교수가 3일 오전 서울 덕수궁 대한만 앞에 마련된 쌍용차 희생자 분향소에 돌연 나타났다. 샌델 교수 곁에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박 시장을 수행한 서울시청 관계자 몇 명이 동행했다.

 

샌델 교수는 이날 박 시장과 조찬을 함께 한 후 박 시장과 대담을 나누기 위해 인근 서울시청으로 자리를 옮기던 중 길목인 대한문 앞의 쌍용차 희생자 분향소를 찾은 것. 당시 자리를 지키고 있던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 등 7~8명의 관계자들이 박 시장과 샐던 교수를 맞았다. 그간 22명의 희생자가 목숨을 잃었지만 여권 정치인 가운데 그 누구도 이곳을 찾은 사람은 없었다.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샌델 교수는 분향소 관계자들에게 분향소가 차려진 이유와 쌍용차 해고자 현황 등을 묻고는 쌍용차 사태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고 서울시 관계자가 전했다. 박 시장과는 작년 10월 12일 <매일경제> 주최 포럼 행사에서 만나 대담을 가진 후 서로 교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샌델 교수의 이번 방한은 최근에 출간된 저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한국어판 출간에 맞춰 이뤄진 것으로, 지난 1일 오후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1만4000여명의 청중이 모인 가운데 특강을 가진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샌델 교수는 “오늘날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돈으로 거의 모든 것을 살 수 있다. 그런데 이게 과연 바람직할까요?”라며 청중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 마이클 샌델 교수는 1일 오후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1만 4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특강을 가졌다.

이어 샌델 교수는 “돈과 시장의 가치가 이제는 우리 삶의 물질적이지 않은 모든 영역에까지 침투하고 있다.”고 지적하고는 “돈과 시장가치가 사회, 정체성, 관계, 가족 등 우리 삶의 모든 부분을 지배하고 있다”며 황금만능주의를 경계했다.

 

이날 청중들과의 첫 대면에서 “여러분 사랑합니다!”라며 서툰 한국말로 인사를 건넨 샌델 교수는 강연 내내 특유의 습관인 양복 바지주머니에 한쪽 손을 넣은 채 끊임없이 움직이며 강연을 이어갔다. 그리고는 끊임없이 청중들에게 질문을 던지며 청중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날 특강에서는 낯익은 이름이 더러 사례로 등장하기도 했다. 그는 “특정가치들, 그리고 추구하는 삶에 있어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있어야 할까요?”라고 묻고는 최근 한국에서 공연했던 팝가수 레이디 가가를 언급했다. 그는 “레이디 가가 콘서트 표가 암표 거래를 통해 100달러짜리, 1000달러짜리가 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원칙적으로 이렇게 티켓을 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날 센델 교수는 논쟁거리를 더러 던지기도 했다. 기여입학제 논쟁에 이어 한국인들에게 예민한 문제인 ‘군대 문제’를 질문으로 던졌다. 그는 “만약 한국의 유명한 가수 비가 연간 벌어들이는 수익의 반을 한국정부에 내고 그 대신 군 복무를 면제 받을 수 있다면 여러분은 이에 찬성하시겠습니까? 반대하시겠습니까?”라고 물었다.

이어 청중들의 치열한 공방이 오고갔다. 찬성론자는 “박주영과 같은 스포츠 스타나 비와 같은 팝스타가 군복무를 하는 것보다 자신의 활동을 통해 국위선양을 함으로써 국가에 더 큰 이익을 안겨준다”고 주장했고, 반대론자는 “남성들이 군대에 가면서 지키는 국방의 의무는 비시장적 가치이기 때문에 군인으로서의 의무감이 낮아질 것”이라며 반박했다.

찬반토론을 지켜보던 센델 교수는 ‘시민으로서의 정체성’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실제로 빈곤한 사람들이 비가 기부한 돈으로 인해 혜택을 받는다 하더라도 ‘군복무’는 우리가 시민으로서 공유하는 비시장적인 가치이기 때문에 시장적 가치인 돈으로 대체하는 것에 문제가 없는지 토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정의론(Justice)’ 강의는 하버드대의 대표적 명강의 가운데 하나로 꼽혀 20여 년 동안 무려 1만 명이 넘는 학생이 수강해 하버드대 역사상 가장 많은 학생이 들은 강좌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그의 대표저서인 <정의란 무엇인가>는 지난 2010년 한국에서 번역본이 발간됐는데 두꺼운 인문서로는 드물게 100만부 넘게 팔렸다. 이 책을 계로 한국사회에서 ‘정의론’이 화두가 되기도 했다.

 

오늘 박 시장과의 대담은 샌델 교수의 신간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소감과 한 두 주제를 놓고 두 사람이 자유토론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 마이클 샌델 교수의 신간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