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모든것들/詩 그리고 글..

푸른 하늘을

하늘벗삼아 2013. 3. 11. 15:13



         

         

         

         

         

         

         

        푸른 하늘을

         

                                                     김수영


        푸른 하늘을 제압하는
        노고지리가 자유로웠다고
        부르워하던 
        어느 시인의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자유를 위해서
        비상하여 본 일이 있는
        사람이면 알지
        노고지리가
        무엇을 보고
        노래하는가를
        어째서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 있는가를
        혁명은 
        왜 고독한 것인가를

        혁명은
        왜 고독해야 하는 것인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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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영(金洙暎) / 1921~1968

        시인. 서울에서 출생. 선린상고를 거쳐 도일, 도쿄 상대에 입학했으나 학병 징집을 피해 귀국했다가 1944년에 만주로 이주하였다. 그 곳에서 교원 생활을 하는 한편, 연극 운동도 전개하다가 8.15광복과 함께 귀국, 시작 활동을 하여 [묘정의 노래]를 발표하였다. 연희대 영문과 4년에 편입했으나 중퇴하고, 김경린, 박인환 등과 함께 합동 시집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을 간행하여 모더니스트로서 주목을 끌었다. 6.25남침 때에는 미처 피난 하지 못해 의용군에 징집되었다가, 1952년에 거제도 포로 수용소에서 풀려 나왔다. 그 후 교편 생활을 하고, 잡지사, 신문사 등에서 근무하였으며, 1956년 이후에는 자택에서 양계를 하면서 시작과 번역에 몰두하였다. 그 무렵을 전후하여 [웃음] [긍지의 날] [여름 뜰] [일] [거리]등에서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경험해야 했던 지성의 방황과 고뇌를 육성으로 노래하였다. 1959년에 시집 <달나라의 장난>을 간행하여 제 1회 시협상을 받았다. 그 밖에 <20세기 문학의 영역>등의 저서와 역서를 남겼다. <달의 행로를 밟을지라도>등의 시집과 산문집 <시여 침을 뱉어라> <퓨리턴의 초상>등이 사후에 간행되었다 

         

         

         

         

        달나라의 장난 - 김수영(金洙暎)

        팽이가 돈다
        어린아이이고 어른이고 살아가는 것이 신기로워
        물끄러미 보고 있기를 좋아하는 나의 너무 큰 눈 앞에서
        아이가 팽이를 돌리낟.
        살림을 사는 아이도 아름다워 보인다고 생각하면서
        손님으로 온 나는 이집 주인과의 이야기도 잊어버리고
        또한번 팽이를 돌려주었으면 하고 원하는 것이다.
        도회안에서 쫓겨다니는 듯이 사는
        나의 일이며
        어느 소설보다도 신기로운 나의 생활이며
        모두 다 내던지고
        점잖이 앉은 나의 나이와 나이가 준 나의 무게를 생각하면서
        정말 속임없는 눈으로
        지금 팽이가 도는 것을 본다
        그러면 팽이가 까맣게 변하여 서서 있는 것이다.
        누구 집을 가보아도 나 사는 것보다는 여유가 있고
        바쁘지도 않으니
        마치 별세계같이 보인다.
        팽이가 돈다
        팽이가 돈다
        팽이 밑바닥에 끈을 돌려 매이니 이상하고
        손가락 사이에 끈을 한끝 잡고 방바닥에 내어던지니
        소리없이 회색빛으로 도는 것이
        오래 보지 못한 달나라의 장난같다
        팽이가 돈다
        팽이가 돌면서 나를 울린다.

        제트기 벽화밑의 나보다 더 뚱뚱한 주인 앞에서
        나는 결코 울어야 할 사람은 아니며
        영원히 나 자신을 고쳐가야 할 운명과 사명에 놓여있는 이 밤에
        나는 한사코 방심조차 하여서는 아니될 터인데
        팽이는 나를 비웃는 듯이 돌고 있다.
        비행기 프로펠러보다는 팽이가 기억이 멀고
        강한 것보다는 약한 것이 더 많은 나의 착한 마음이기에
        팽이는 지금 수천년전의 성인과같이
        내 앞에서 돈다.
        생각하면 서러운 것인데
        너도 나도 스스로 도는 힘을 위하여
        공통된 그 무었을 위하여는 아니된다는 듯이
        서서 돌고 있는 것인가
        팽이가 돈다
        팽이가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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