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오후, 지하철에서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사랑하는 후배의 이름이 떴습니다. 주말 전화는 병원과 관련한 SOS가 많지만, 일부러 꺼림칙한 기분을 떨치고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래, 잘 지내지?” “네, 저는 잘 있는데…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습니다.”
무거운 목소리가 전하는 사연은 암담했습니다. 부친이 최근 심장혈관을 넓히는 시술을 받았는데, 어이없게도 뇌출혈로 쓰러져 운명했다는 겁니다. 후배가 의료사고를 의심하는듯해서, 제가 이것저것 조심스럽게 물어봤습니다.
“혹시, 혈압이 높으셨나?” “혈압은 괜찮았습니다. 당뇨병이 있었지만…”
아, 당뇨병!
환자가 원체 많아 사람들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당뇨병은 뇌 심장 콩팥 이자 등 온몸을 갉아먹는 무서운 병입니다. 심장병과 뇌졸중의 주요원인입니다(그런 면에서 후배 부친을 치료한 의료진이 심장동맥 확장술을 하면서 뇌졸중의 위험을 경고하지 않았다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매년 1만 여명의 당뇨병 환자가 발이 썩어 들어가 자르는 수술을 받는데 교통사고로 발 절단수술을 받는 사람보다 훨씬 더 많습니다.
전문가들조차 간과하지만 당뇨병은 교통사고의 주원인이기도 합니다. 환자는 혈당이 부족하면 앞이 캄캄해지며 정신을 잃는데 운전 중에 이런 일이 발생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지죠. 교통 당국이 이럴 때 대부분 ‘운전미숙으로 인한 사고’로 분류하니까 떠난 자는 말이 없고, 환자가 저승에서 통탄할 일입니다.
최근 대한당뇨병학회가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30대 이상 성인 10명 가운데 1명이 당뇨병 환자였고, 5명 중 1명은 ‘당뇨병 직전 단계’였습니다. 또 65세 이상 노인의 절반이 당뇨병 환자이거나 예비 환자였습니다. 의학계에서는 당뇨병이 피지의 국민병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제 대한민국 국민병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아 보입니다.많은 사람이 다뇨(多尿), 다음(多飮), 다식(多食)의 삼다(三多) 증세가 없으면 별로 걱정을 하지 않지만, 당뇨병은 이런 증세가 안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로, 우울, 무력감 등이 오기도 하고 눈이 침침하거나 손발이 저리는 증세가 먼저 오기도 합니다. 아무 증세가 없다가 혈액검사에서 병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당뇨병이 무서운 것은 갑자기 합병증이 나타나서 치명적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입니다. 당뇨병은 예부터 있었던 병입니다. 조선의 마지막 개혁군주 정조가 당뇨병 합병증으로 숨지지 않았다면 조선의 운명이 바뀌었을지도 모릅니다. 최근 갑자기 환자가 급증하는 것은 풍요로운 식단과 몸을 덜 움직이는 문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요즘에는 기름기 많은 음식 못지않게 흰쌀밥, 하얀 빵, 설탕이 당뇨병의 주범으로 지탄받고 있습니다. 당뇨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도, 혈당을 관리하기 위해서도 흰쌀밥 대신에 현미, 통밀 등 전곡류나 잡곡밥을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많은 사람이 맛을 내세워 흰쌀밥을 고집하는데, ‘100세 건강 시대’에 건강 식단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잡곡밥의 고소한 맛에 익숙해지면 흰쌀밥은 밋밋해서 못 먹습니다.마침 모레(11월 14일)는 UN이 정한 세계 당뇨병의 날입니다. 당뇨병의 날 슬로건은 “당뇨병을 함께 관리하자, 지금부터(Let’s take control of diabetes, Now)”입니다. 이에 앞서 당뇨병을 함께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겠지요?
당뇨병, 예방하고 관리하지 않으면 정말 무섭고, 슬픈 병입니다.
당뇨병은 합병증이 무서운 병. 건강수칙을 잘 지키면 최악의 상황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당뇨병은 더 무서운 병을 막기 위한 경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은 당뇨병 환자가 지켜야 할 13가지 수칙.
○운동과 적절한 식사로 체중을 관리한다. 약을 복용하는 사람은 운동 후 저혈당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늘 사탕이나 초콜릿을 갖고 다닌다. ○자신에게 하루에 필요한 열량과 섭취할 음식의 열량을 정확히 안다. ○밥은 가급적 현미나 잡곡밥을 먹으며 채소, 해조류, 생선 등을 골고루 먹는다. ○매일 식후 30분~1시간 뒤 산책한다. ○설탕, 지방, 소금 등이 많은 음식을 적게 먹는다.
○담배와 술은 무조건 끊는다. ○꽉 조이는 양말과 옷을 피한다. 특히 겨울에 레깅스를 입지 않으며 여성은 거들이나 코르셋을 입지 않는다. ○매일 밤 밝은 곳에서 발을 주의 깊게 관찰해서 상처나 무좀이 생겼는지 점검한다. ○매일 따뜻한 물로 발을 씻는다. 발을 심하게 문지르거나 독한 비누를 사용하지 않는다. ○발을 씻은 뒤에는 부드러운 수건으로 톡톡 두드리듯 닦고 발가락 사이도 잘 닦아서 말린다.
다음에 마사지하듯 톡톡 로션을 바른다.
○발톱은 목욕한 뒤 밝은 곳에서 일직선 모양으로 깎으며 너무 바짝 깎지 않도록 한다. ○발에 상처가 나면 생리식염수를 이용해 잘 세척한 뒤 상처부위를 말리고 거즈를 붙인 다음
가급적 빨리 병원에 간다. ○유머, 명상 등을 통해 낙관적인 마음가짐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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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47호 건강편지 ‘당뇨병 환자의 푸른 꿈’ 참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