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약·세안제·스크럽제에 담긴 미세플라스틱 ‘마이크로비즈(Microbeads)’는 ‘죽음의 알갱이’라고 불린다. 바다로 흘러들어가 중금속 등 유해물질을 흡수한 미세플라스틱이 해양생물에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심할 경우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기 때문이다. 먹이사슬의 계단을 타고 꼭대기까지 오른 미세플라스틱은 인간의 밥상도 위협하고 있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미세플라스틱 유해성을 알리고 규제를 촉구하는 ‘마이 리틀 플라스틱’ 캠페인을 시작한다고 6일 밝혔다. 그린피스는 전세계에서 산발적으로 진행된 60여개의 미세플라스틱 연구를 모아 정리한 ‘우리가 먹는 해산물 속 플라스틱’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이지 않는 ‘5㎜’ 암살자
바다로 유입돼 해양생물이 섭취할 수 있는 미세플라스틱은 제조 당시부터 5㎜ 이하로 만들어진 1차 미세플라스틱과 패트병처럼 큰 플라스틱이 마모돼 생기는 2차 플라스틱으로 구분된다. 1차 미세플라스틱엔 생활용품에 들어가는 ‘마이크로비즈’가 포함된다. 마이크로비즈는 치약·각질제거제·세안제 등 위생용품이나 매니큐어 등 화장품에 들어가는 미세플라스틱의 종류로, 세정력을 높이거나 개운한 효과를 내기 위해 첨가되는 석유화학 물질이다.
바다로 유입되는 플라스틱의 양은 한해 약 800만t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된다. 해양 쓰레기의 60~80%가 자연분해 되지 않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하수처리시설에서 걸러지지 않은 최대 51개조의 미세플라스틱이 해양을 떠다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유럽연합 환경집행위원회는 화장품에 포함된 마이크로비즈가 매년 최대 8600t씩 바다로 유입된다고 조사한 바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유해물질 흡착(화학물질이 플라스틱의 표면에 들러붙는 것)·탈착(화학물질이 떨어져 나가는 것)을 반복하며 유해물질을 바다 속이나 해양생물의 체내에 옮기고 다닌다. 플라스틱 알갱이가 분해되면서 프탈레이트 등 자체 포함한 유해물질을 방출하기도 한다.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한 해양생물은 물리적·화학적 악영향에 노출된다. 장폐색, 섭식 변화, 성장 및 번식 장애 등 유해물질의 악영향 뿐만 아니라, 미세플라스틱에 내장 조직이 긁혀 물리적인 상처까지 입는 경우도 있다. 한 연구에선 미세플라스틱 알갱이를 섭취한 농어의 50%가 심각한 내장 변형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마이크로비즈는 불필요하다”
사람들이 즐겨먹는 해산물 중 다수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전이된 것으로 조사된다. 그린피스가 관련 연구를 집계한 결과 홍합·게·굴·숭어·대서양 참다랑어·바닷가재·농어·조개 등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
해양생물에 흡수된 미세플라스틱은 먹이사슬을 타고 상위 포식자에까지 유입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직 인간에 미치는 영향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해산물을 섭취하는 인간 또한 미세플라스틱의 악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뜻이다.
이미 미국·캐나다·유럽·대만 등에선 마이크로비즈의 위험성을 파악하고 대응에 나섰다. 미국은 지난해 ‘마이크로비즈 청정해역법안’을 통과시켜 마이크로비즈를 함유한 세정 제품 판매·유통을 금지했다. 캐나다는 마이크로비즈를 독성물질로 규정했고 대만도 지난 6월 규제방침을 공식 발표했다.
그린피스는 한국도 국제적 추세에 맞춰 마이크로비즈 규제를 도입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생활용품에서 마이크로비즈가 불필요한 경우도 많고 필요한 경우에도 대체할 수 있는 자연 물질이 많아 개선이 쉽다는 게 이유다. 박태현 그린피스 해양보호 캠페이너는 “마이크로비즈는 환경문제에서 흔하지 않게 해결책을 빨리 찾을 수 있는 사안”이라며 “광범위한 플라스틱 문제의 첫 발걸음을 떼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린피스는 황교안 국무총리에 전달할 대국민서명운동을 시작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