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한 사람은 도둑이었다. 그는 「끈적끈적한 엿을 남의 집 문틈에다 밀어 넣으면 문 밖에서 문고리를 손쉽게 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같은 엿이지만 사람이 쓰는 用度(용도)에 따라 相剋(상극)으로 갈린다.
얼마 전 인터넷에 공개된 일화다. 한 사람이 권위 있는 잡지에 이렇게 寄稿(기고)했다.
「변호사나 창녀나 똑같다」
누가 감히 이런 말을 律師(율사)들에게 공개적으로 선언한단 말인가. 당장 반박논리가 가마솥처럼 들끓고, 기고자는 명예훼손 被疑者(피의자)로 법정을 들락거리거나, 적어도 괘씸죄로 사회에서 매장당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반응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 오히려 박수까지 받았다. 이 말을 한 사람은 바로 원로 변호사였고, 기고된 잡지는 법률 전문지였다.
유사한 일화가 있다. 어느 신축 건물 공사장에서 일꾼들이 간식시간에 같이 일하는 동료를 불렀다.
『이 노가다 자식아, 한잔 처먹고 해』
『그래 임마. 한잔 줘봐』
상대방이 이렇게 싱글벙글 받아 넘겼다. 신축건물 주인이 이 광경을 보고, 일꾼들의 노고를 격려하기 위해 술값 하라며 수표 한 장을 건넸다. 친근감을 표시하려고 빈 술잔을 집어들고 술 한잔을 청했다.
『나도 한잔 줘봐, 노가다들아』
일꾼들은 노발대발하며 『우리가 거지냐』며 건물주인의 멱살을 잡았다. 좋은 의도와는 달리 낭패를 본 것이다. 두 경우 모두 是非(시비)의 문제가 아니라 適材適所(적재적소)의 문제임을 알 수 있다.
사회적 지위에는 代價가 따른다. 有名稅(유명세)가 그것이다. 유명세의 「세」자는 세력(勢)이 아니고 세금(稅)이란 의미다. 有名稅에 대한 一喝(일갈)이 「人出名, 猪壯(인파출명, 저파장)」이다. 뜻을 그대로 풀면 「사람은 이름 나는 걸 두려워하고, 돼지는 덩치 커지는 걸 두려워한다」이다.
돼지가 통통하게 살이 오르면 목에 칼이 들어오듯, 사람은 이름이 나면 구설수에 휘말리기 쉽다는 얘기다.
아이들끼리 싸움을 해서 자기 자식이 맞고 들어오면 그 부모는 당장에 달려가 때린 부모에게 항의한다. 때린 아이 부모는 맞은 아이 부모에게 면전에서 싹싹 빌지언정, 뒤돌아 서서는 웃는다.
반면 사과는 받아 냈지만 맞은 아이의 부모는 후련하지 않다. 근래 모 재벌 회장의 폭행사건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여러모로 사회정의의 문제라기보다 有名稅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평범한 사람이 자식들 싸움으로 치고 박고했더라면 언론이 실시간 「수사 속보」를 내보내면서까지 이렇게 요란스러웠을까?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귀엽다고 한다.
어떤 부모라도 맞은 자식에 대해 분풀이를 하고 싶은 심정이야 인지상정이겠지만, 이분은 有名稅 때문에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좀더 신중히 대처를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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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시대 齊(제)나라 威王(위왕) 때의 일이다. 威王이 즉위한 지 9년이 되었지만 간신 周破湖(주파호)가 국정을 제멋대로 휘둘러 나라꼴이 말이 아니었다. 이를 보다 못한 후궁 虞姬(우희)가 威王에게 간곡히 아뢰었다.
『전하, 주파호는 속이 검은 사람이오니 그를 내치시고, 北郭(북곽) 선생과 같은 어진 선비를 등용하시옵소서』
이 사실을 안 주파호는 『우희와 북곽 선생은 전부터 서로 좋아하는 사이』라고 우희를 모함했다. 威王은 마침내 우희를 옥에 가두고 철저히 조사하라고 명했다.
주파호에게 매수된 관원은 억지로 죄를 꾸며 내려고 했다. 威王은 아무래도 미심쩍어 우희를 불러 직접 신문했다.
우희는 이렇게 말했다.
오이밭에서 신발 고쳐 신지 말아야
『전하, 臣妾(신첩)은 이제까지 한마음으로 전하를 모신 지 10년이 되었사오나 오늘날 불행히도 간신들의 모함에 빠졌나이다. 신첩의 결백은 靑天白日(청천백일)과 같사옵니다.
만약 신첩에게 죄가 있다면 그것은 「오이 밭에서 신을 고쳐 신지 말고(瓜田不納履), 오얏나무 아래서 갓을 고쳐 쓰지 말라(李下不整冠)」고 했듯이, 남에게 의심받을 일을 피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신첩이 억울하게 옥에 갇혀 있는데도 누구 하나 변명해 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제 不德(부덕)입니다. 이제 신첩에게 죽음을 내리신다 해도 더 이상 변명하지 않겠사오나 주파호와 같은 간신만은 내쳐 주시오소서』
威王은 우희의 충심어린 호소를 듣고 이제까지의 자신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威王은 당장 주파호 일당을 삶아 죽이고 어지러운 나라를 바로잡았다.
이른바 사회의 지도층은 「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의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세 가지 불행
宋(송)나라의 한 학자는 남자의 세 가지 不幸(불행)을 말했다.
첫째가 초년에 登科(등과)해 官職(관직)에 나아가 출세하는 것,
둘째가 부모의 後光(후광)으로 높은 벼슬을 하는 것,
셋째가 능력이 좋은데 문장까지 탁월하고 생김새가 美男(미남)인 경우다.
남들이 모두 부러워할 조건을 不幸이라고 한 이유는 「極上(극상)하면 自滅(자멸)」하기 때문이다. 최고의 위치에 오르면 그때부터 스스로 멸하는 법이다.
어떤 재력가가 『어떻게 하면 우리 가문이 대대로 富(부)를 이어 나갈 수 있겠습니까?』라고 묻기에 조심스럽게 충고했다.
『제발 좀 국민에게 많이 로비하십시오. 그 정도의 재력을 가지셨다면, 代를 이어 재물을 물려가는 것도 좋지만, 국민에게 많이 돌려 주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