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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나태주 시인의 사랑

하늘벗삼아 2021. 4. 19. 09:44

시인의 인생

몇번을 읽어봐도 아름답고
감동적인 글입니다

풀꽃’이란 시(詩)로
꽤 널리 알려진
'나태주' 詩人

시골 초등학교 교장으로
은퇴하신 분답게 중절모가
잘 어울리는 시골 할아버지

나태주 시인이 쓴 시 중
최근에 알게 된
시가 하나 있습니다.

병원 중환자실에서 시한부
삶을 선고받을 만큼
중병을 앓고 있을 때,

곁에서 간호하는 아내가
안쓰러워 썼다는
시(詩)입니다.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라는 제목의 시였는데,

아내를 위해 하느님께
하소연하는 내용이었습니다.

[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하느님! ]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하느님!

저에게가 아니에요.저의
아내 되는 여자에게

그렇게 하지 말아 달라는
말씀이어요.

이 여자는 젊어서부터
병과 함께 약과 함께
산 여자예요.

세상에 대한 꿈도 없고
그 어떤 사람보다도
죄를 안 만든 여자예요.

신발장에 구두도
많지 않은 여자구요.

한 남자 아내로서
그림자로 살았고

두 아이 엄마로서
울면서 기도하는
능력밖엔 없었던
여자이지요.

자기의 이름으로
꽃밭 한 평 채전밭 한 뙈기
가지지 않은 여자예요.

남편 되는 사람이 운전조차
할 줄 모르고 쑥맥이라서

언제나 버스만 타고 다닌
여자예요.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가난한 자의 기도를
들어주시는 하느님!

저의 아내 되는 사람에게
너무 섭섭하게
하지 마시어요!

♧♧♧ ♧♧♧

아내를 위한 간절한 마음이
뭉뚝뭉뚝 묻어나는데,

더 감동적이었던 것은

남편의 글에 화답하여
쓴 아내의 글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남편이 드린
기도보다 더 간절한 기도,

시인 아내의
절창(絶唱)이었습니다.

[ 너무 고마워요 ]

남편의 병상(病床) 밑에서
잠을 청하며 사랑의 낮은
자리를 깨우쳐 주신
하느님!

이제는 저이를 다시는
아프게 하지 마시어요.

우리가 모르는 우리의 죄로
한 번의 고통(苦痛)이
더 남아 있다면,

그게 피할 수 없는
우리의 것이라면,

이제는 제가
병상에 누울게요.

하느님!

저 남자는 젊어서부터
분필과 함께,
몽당연필과 함께 산,

시골 초등학교
선생이었어요.

詩에 대한 꿈 하나만으로
염소와 노을과 풀꽃만
욕심내온 남자예요.

詩외의 것으로는 화(禍)를
내지 않은 사람이에요.

책꽂이에 경영이니 주식이니
돈 버는 책은 하나도 없는
남자고요.

제일 아끼는 거라곤
제자가 선물한 만년필과
그간 받은 편지들과

외갓집에 대한
추억뿐이에요.

한 여자 남편으로 토방처럼
배고프게 살아왔고,

두 아이 아빠로서 우는
모습 숨기는 능력 밖에
없었던 남자지요.

공주 금강의
아름다운 물결과

금학동 뒷산의 푸른 그늘
만이 재산인 사람이에요.

운전조차 할 줄 몰라
언제나 버스만 타고 다닌
남자예요.

승용차라도 얻어 탄 날이면
꼭 그 사람 큰 덕 봤다고

먼 산 보던 사람이에요.

하느님!

저의 남편 나태주 시인에게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좀만 시간을 더 주시면

아름다운 시로 당신 사랑을
꼭 갚을 사람이에요.

☆☆☆ ☆☆☆

부부가 나누는 지극한
사랑이 따뜻한 감동으로
전해집니다

‘한 번의 고통이 더
남아있는 것이라면
이제는 제가 병상에
누울게요.’

라는 기도
앞에서는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하느님의 마음을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요 마는...

이만한 기도를 물리치시기는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토록 순박하고
아름다운 사랑이
우리 곁에 있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