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을 공고히 하길 소망하는 당대의 독재자는
뉴스 통제 같은 눈에 빤히 뵈는 사악한 짓을 저지를 필요가 없다.
그 또는 그녀는 언론으로 하여금 닥치는 대로 단신을 흘려보내게만 하면 된다.
뉴스의 가짓수는 엄청나되 사건의 배경이 되는 맥락에 대한 설명은 거의 하지 않고,
뉴스 속 의제를 지속적으로 바꾸며,
살인자들과 영화배우들의 화려한 행각에 대한 기사를 끊임없이 갱신하여 사방에 뿌림으로써,
바로 조금 전 긴급해 보였던 사안들이 현실과 계속 관계를 맺은 채 진행중이라는 인식을
대중이 갖지 않도록 조처하기만 하면 된다.
이 정도면 대다수 사람들이 가진 정치적 현실을 파악하는 능력을 약화하는 데 충분할 뿐더러,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경우 사람들이 정치 현실을 바꾸기 위해
끌어냈을 결의를 훼손하는 데도 충분하다.
현상태는 뉴스를 통제하기보다 오히려 흘러넘치게 할 떄 오래도록 충실하게 유지될 수 있다.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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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가짓수는 엄청나지만 맥락에 대한 설명은 거의 없다
닥치는 대로 단신들만 쏟아내고 두려움과 좌절, 분노 부추긴 뒤 무책임하게 변화·개선 얘기한다
검열보다 교활한 힘의 실체다
뉴스의 숨겨진 정체 알아챌 때 우리의 삶은 풍요로워진다
- Alain de Botton - "The News: A User's Manual" 《뉴스의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