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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환경파괴 안전선 넘어.. 재앙 막아야" -1945년 7월16일 첫 핵실험 후 현세와 다른 ‘인류세’로 전환

하늘벗삼아 2015. 1. 17. 07:31

1945년 7월16일 미국 뉴멕시코주 앨라모고도 사막에서 버섯구름이 솟아올랐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핵폭탄 실험이 실시된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날 이후 지구가 새로운 시대에 들어섰다고 보고 있다. 급속한 인구 증가와 자원 소비, 이로 인한 환경파괴와 기후변화 등 많은 것이 달라졌다. 그리고 현재 지구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영국 레스터대학 얀 잘라시에비치 교수 등 지질학자들은 '1945년 7월16일'을 '인류세(Anthropocene)'의 시작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인류세란 1995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파울 크뤼천 교수가 제안한 개념으로, 인류 활동으로 지구 환경이 변하면서 우리가 약 1만년 전 농업혁명 이후 이어진 '현세'와 전혀 다른 시대에 살고 있다는 뜻이다. 학자들이 내년 국제적으로 인류세를 확정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 중이다.

잘라시에비치 교수는 "첫 핵폭탄 실험 후 1950년대 핵시대가 열리면서 모든 것이 변하기 시작했고, 이 변화 속도는 늦춰지지 않고 계속 증가하기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 활동 규모는 커졌고, 발전 속도는 가속화했으며 이는 자연 파괴와 온실가스 배출, 지구온난화 등의 결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현재 우리가 받아든 지구 환경 평가에 관한 '성적표'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많은 부분에서 인류가 재앙을 피하기 위해 지구가 버틸 수 있는 한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다. 워싱턴포스트는 과학저널 사이언스 최신호에 발표된 윌 스테펀 호주국립대 교수 등 연구진 18명의 연구결과를 인용해 '지구 한계선' 9개 항목 중 4개 항목이 '안전선'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최근 5년간의 환경 평가 결과 생화학 물질인 질소와 인의 배출, 생물종 온전성 항목의 유전적 다양성인 '고위험'으로, 온실가스량을 의미하는 기후변화 항목과 삼림면적 변화 항목은 '위험 증가'로 분석됐다. 질소 배출량의 경우 지구 한계치는 한해 62t이지만 최근 5년 평균치는 연 150t에 이른다. 유전적 다양성은 멸종률로 평가하는데, 이 비율이 현재 100만종당 100∼1000종으로 지구 한계치(1종)를 최소 100배 이상 웃돌고 있다. 공기 중 온실가스량은 396.5ppm으로 지구 한계치 350ppm을 근소하게 넘어섰다.

해양생태계가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는 경고도 나왔다. 사이언스 최신호에 게재된 미국 캘리포니아대 해양학자 더글러스 매커리 교수 연구진 논문에 따르면 해양생물은 지난 500년간 15종이 멸종됐다. 같은 기간 육지생물이 500종 멸종한 것보다는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덜했다. 문제는 육지에서 발생한 위험한 일들이 해양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매커리 교수는 지역 멸종 수준이기는 하지만 연안에 살던 몸집이 큰 물고기의 90%가 사라졌고, 흰긴수염고래 개체 수가 20세기 들어 23만9000마리에서 2000마리로 급감한 것 등을 예로 들었다. 저인망을 동원한 남획, 해저광물 채취 등 인류가 바다로 활동반경을 넓어진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과학자들은 지금 인류가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스테펀 교수는 가디언에 "우리로 인해 결국 자녀 세대가 생존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매커리 교수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아직 재앙을 막을 시간이 있다"며 "모든 것은 인간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