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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의 중심, 대전 - 핵연료시설 증설은 왜 필요할까?

하늘벗삼아 2014. 4. 28. 13:12

김종남 전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평범한 공장 증설이 아니다. 원자로를 움직이게 하는 핵연료 생산시설이다. 유성구 덕진동 원자력 연구원 옆에 위치한 한전원자력연료(주)는 현재 약 600톤-U인 핵연료 생산시설을 2017년까지 2배가량 확장하겠다고 한다.


 

수입한 우라늄 원료와 완성된 핵연료를 수송하는 차량의 이동이 이전보다 훨씬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원전연료측은 기존 진입도로가 아닌 별도의 진입도로도 이미 널찍하게 개설한 상태다.


 

이 도로건설을 허가한 당시 대전시 도시국장은 현재 유성구 부구청장이 돼 있다. 도로개설의 목적이 늘어나는 국내 원전과 해외수출용 원전의 연료를 공급하기 위한 것이라고 원전연료측이 당시 밝혔을 터이니 대전시는 관련 내용을 알고 도로건설을 허락한 셈이다.


 

그런데 정작 지역주민들은 그 내용을 몰랐다 한다. 원자력연구원과 공유하는 도로가 좁고 불편해 별도의 도로를 개설하는 것으로만 안 것이다. 원전연료가 그린 3개의 도로 노선을 놓고 환경적, 경제적 문제만 지적한 것을 보면 시민사회단체도 사정은 비슷했던 것 같다.


 

2010년 원전연료 사장으로 취임한 김기학 사장이 이명박 정부의 원전르네상스를 구현할 방안으로서 현재 1% 수준인 핵연료 수출을 20%까지 늘려 세계 3위의 핵연료 전문회사로 키우겠다고 공언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대전시 한복판에 있는 핵연료 공장을 확장하는 일로 귀결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원자력을 경제성, 나아가 미래성장동력으로 포장하고 이를 착실하게 관철하는 정부와 원자력계의 치밀함에 비해 시민들은 너무나 순진하다고 할까.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나? 가동 후 17년 동안 크고 작은 사고를 일으킨 30MW급 하나로원자로와 200리터들이 3만 드럼 이상의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저장소, 사용후핵연료까지도 수조에 저장하고 있는 원자력연구원과 원전연료가 위치한 덕진동은 관평, 송강, 전민, 신성동 주민들의 주거지역과 반경 3km 이내에 위치해 있다.


 

일부 전문가들이 ‘원자력은 매우 안전하다, 35년 넘게 일한 내가 건강하게 살아있지 않느냐’고 강변하지만 유사시 가까이는 수십만 명의 주민이, 멀리는 152만 시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그런데 원전연료와 원자력연구원은 집적된 원자력 시설용량을 조금 키우는, 아무런 문제될 게 없는 공장생산라인 확장 정도로 이 문제를 처리했다. 지역주민은 물론 시민사회에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했을 리 만무하다. 오히려 문제가 불거질까봐 쉬쉬했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


 

이제 특별한 대응을 하지 않는 한 원전연료 주변지역 주민과 대전 시민들은 핵 위험의 총량 증가를 꼼짝없이 수용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핵연료 생산시설 증설에 대비해 도로를 개설한다는 사실을 알고 사업을 허가한 대전시가 이제 와서 ‘나는 몰랐다, 공장증설은 허가해줄 수 없다’고 버틸 것이라 기대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경험적으로 볼 때 정부와 원자력계는 인근지역 주민들에게 약간의 경제적 보상으로 위기를 타개하려 할 것이다. 이미 존재하고 있는 원자력 시설의 이전이 쉬운 일이 아니고 주민들의 집단이주도 가능하지 않아 둘이 공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과는 지역주민과 시민들이 자신의 생명과 재산에 가해지는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얼마만큼 결연하게 대처하는가에 달려 있다. 정부가 지켜주지 않는 생명과 재산을 지키려 주민을 대표하여 핵 위험의 증강을 반대하는 주민조직들을 푼돈이나 받아내려는 이익집단이라 폄훼하고 주민과 시민사회단체를 분리 대응하게 만드는 원자력계의 움직임에 맞서 주민과 시민사회가 한 목소리로 방사능방호에 나서지 않는 한 방사능의 위협은 커질 수밖에 없고 주민들은 계속 길들여지는 수밖에 없다.


 

대전시에 설치돼 있는 원자력안전시민위원회의 역할도 근본에서 다시 검토해야 할 것 같다. 시민의 삶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원자력정책과 핵심정보가 공유되지도 않고, 중요한 사안에 대해 결정할 수도 없는 형식적 위원회로 운영하면서 원자력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짚어야 할 것은 원전연료 생산능력 확대의 구실이 된 핵연료의 수요가 가까운 장래에 그리 쉽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한전이 원전수출을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해왔지만 수출이 성사된 원전은 UAE를 제외하고는 없으며 후쿠시마 사고 이후 세계는 원전을 늘리는데 주저하고 있거나 신규 원전건설을 포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상황도 가동 중 원전 23기에 건설 중인 5기를 제외하고는 신규원전 건설계획이 대상지역의 거센 반발로 잠정 유보된 상태이다. 원자력에 앞서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한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공약이 아직 개봉도 안된 상태이기도 하다.


 

원자력계가 빌게이츠를 동원해 4세대 원자로 공동개발을 선언하고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보를 위해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추진하는 등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원자력이 박근혜 대통령이 주창한 창조경제가 아님은 분명하다.


 

원자력 정책정보를 통제하고 과학적 지식을 과시하며 실재하는 위험을 축소, 은폐하면서 원자력계의 이해를 관철시키려는 낡은 방식을 이제는 버려야 한다. 안전하다면 다 드러내놓고 토론하고 논쟁하면서 더 나은 대안을 찾는 국민적 합의과정을 밟을 때 우리 안에 존재하는 방사능의 위험을 통제할 수 있으며 전기의 생산과 소비에 대한 우리의 태도도 변화의 계기를 맞을 수 있을 것이다.

 

 

 

 

핵의 중심, 대전 - 핵연료시설 증설은 왜 필요할까?

 


 

하승수(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대전에서 탈핵(탈원전)강연을 해 달라는 요청이 왔다. 얘기를 들어보니 대전에 있는 ‘한국원자력연료(주)’가 공장시설을 증설하려고 하는데, 그것 때문에 지역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시민ㆍ환경단체들은 공장 증설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시작했다고 한다. 얘기를 듣자마자 당장 가겠다고 했다. ‘한국원자력연료(주)’는 우리나라 핵발전의 시작점에 위치하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핵연료를 핵연료라 부르지 못하고

한국원자력연료(주)는 말 그대로 원전에서 사용할 핵연료를 공급하는 회사이다. 1982년 설립될 때에는 이름이 ‘핵연료주식회사’였는데, 1999년에 이름을 ‘원자력연료 주식회사’로 바꿨다.

사실은 ‘원자력’보다는 ‘핵’이라는 용어가 정확한 것이다. ‘핵분열’과정에서 나오는 열을 이용해 발전하는 곳이 원전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원전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굳이 ‘원자력’이라는 용어를 선호한다. ‘핵’이라고 하면 ‘핵무기’가 떠오른다는 것도 이유 중에 하나이다. 그러나 핵발전에 쓰고 난 ‘사용후 핵연료’에 포함된 플루토늄으로 핵무기를 만들기 때문에 핵발전과 핵무기는 본질이 같은 것이다.


어쨌든 ‘핵연료주식회사’를 ‘원자력연료주식회사’로 굳이 이름을 바꾼 것은 의도가 뻔히 보이는 것이었다. 부정적인 이미지를 줄이겠다는 의도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공장증설을 하려고 하자 대전의 단체들과 인근 주민들이 반대를 하고 나섰다. 아무런 공론화도 없이 일방적인 증설을 하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원전에서 사용되는 핵연료는 어떻게 공급되고, 쓰고 난 다음에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핵발전의 연료는 우라늄이다. 우라늄은 매장량이 고르게 분포되어 있지 않다. 세계에서 우라늄 매장량이 가장 많은 곳은 오스트레일리아이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전세계 우라늄 매장량의 27%를 차지한다.


천연우라늄은 그대로 연료로 쓰지 못한다. 천연우라늄 가운데 99% 이상은 핵분열시키기 어려운 우라늄 238이고, 핵분열시키기 쉬운 우라늄 235는 0.7%밖에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핵연료로 쓰려면 ‘농축’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농축’은 우라늄 235의 비율을 높이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농축된 우라늄을 100% 수입한다. 연간 500톤 정도의 규모이다. 수입된 농축우라늄은 대전에 있는 한국원자력연료(주)로 옮겨진다. 그리고 이곳에서 원전에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다시 가공된다. 그런 다음 전국에 있는 23개의 원전으로 옮겨져서 발전에 쓰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한전원자력연료(주)가 공장증설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 있는 원전들에 공급하는 핵연료를 만드는 것은 지금 있는 시설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원전 확대와 원전수출 정책과 관련되어 있다. 한전원자력연료(주)는 2030년까지 추가로 10기의 원전을 더 짓고, 아랍에미리트에 건설 중인 원전에서 사용할 물량까지 고려하면 시설이 모자란다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원전을 확대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손해보는 장사를 하면서 원전을 수출하는 정책을 포기한다면? 그렇다면 시설 증설은 필요하지 않다.


핵의 중심, 대전?

한편 한전원자력연료 바로 옆에는 원자력연구원이 있다. 대전시민들도 잘 모르는 사실이지만, 원자력연구원 안에는 ‘하나로’라고 하는 30MW짜리 연구용원자로가 있다. 그리고 대전시내에는 방사성폐기물도 꽤 쌓여 있다. 원자력연구원, 한전원자력연로(주),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 대전분소에 쌓여있는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약 3만여드럼이고, 고준위 방사성폐기물도 2.5톤이나 쌓여있다고 한다.


사실 대전에 있는 원자력 시설들은 종종 논란이 되어 왔다. 크고 작은 사고도 끊이지 않았다. 2004년 4월에는 중수가 누출됐고, 2005년 6월에는 빗물에서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됐다. 2006년에는 작업자 2명이 피폭됐고, 2007년에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준비 과정에서 우라늄 시료 2.7kg이 분실되기도 했다.


그리고 연구용 원자로라고 해도 원자로이다. 그래서 사고가 날 경우에 대비해서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이라는 것도 설정하게 되어 있다. 긴급보호, 갑상선약 배포 등을 준비하고 있어야 하는 구역이다. 고리, 월성, 영광, 울진에 있는 원전들의 경우에는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이 8-10km로 되어 있다. 그런데도 외국에 비해 너무 좁게 설정되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 20km를 30km로 늘리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도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후쿠시마 사고때만 하더라도 30킬로미터 바깥에 있는 지역까지 심하게 오염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전에 있는 연구용 원자로의 경우에는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이 800m까지로 되어 있다. 아무리 연구용 원자로라고 하지만, 이건 너무 심하다. 이것은 인근 주민들에 대한 대책은 세우지 않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800m라는 근거도 전혀 없다. 연구용 원자로이고 용량이 적다고 하더라도, 사고가 나면 다량의 방사능 물질이 유출될 위험이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가까운 주거지역은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대규모 주거지역이 형성된 송강동, 관평동 지역까지의 거리는 불과 반경 3km이내라고 한다. 그런데도 아무런 안전대책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왜 대전지역에서 탈핵(탈원전)에 대한 관심은 뜨겁지 않을까? 이런 의문은 이번 강연회를 통해 어느 정도 풀렸다.


지난 7월 1일 대전 한밭생협 강당에서 열린 강연회에는 한전원자력연료(주)의 노동조합 간부들도 참석을 했다. 그 분들은 생존권을 이야기하면서 자신들의 입장도 이해해달라고 했다. 생협에서 온 분은 ‘당장에 원전을 모두 폐쇄하자는 것도 아닌데, 생존권을 이야기하는 것은 지나친 것같다’는 얘기도 했다. 여러 이야기들이 오갔고, 앞으로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가 소통하는 틀을 만들자는 제안도 나왔다.


대전지역의 어려움에 대한 얘기도 나왔다. 유성구의 경우에는 10명 중 1명이 원자력 관련 시설에서 근무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역에서 원전에 반대하는 얘기를 꺼내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핵과 생존권?

이런 얘기를 듣다보니 대전은 핵과 무관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핵의 중심에 놓인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전지역에서 쓰는 전기는 주로 외부에서 끌고 오지만, 대전 자체는 핵의 위험, 핵을 둘러싼 논쟁의 한 가운데에 있는 것이다.


한 가지 짚어야 할 것은 탈핵(탈원전)의 과정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독일만 하더라도 2000년에 탈핵결정을 했지만, 모든 원전이 폐쇄되는 것은 2022년이 되어서이다. 그 때까지는 원전을 줄여나가기 때문에 원전 관련된 산업이 모두 문을 닫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원전을 폐쇄하고 사용후 핵연료를 처리하려면 새로운 일들도 필요하다.


물론 탈핵(탈원전)의 과정에서 변화가 주는 불안은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보장할 방법은 여러 가지로 있다. 이런 문제를 정책으로 푸는 것은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역할이다. 탈핵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노동자들의 생존권은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점만은 분명히 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