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때마다 8시간 이상 종주코스를 택하곤 하는 베테랑 산행족 박 모씨. 산에만 가면 훨훨 날아다닌다 해서 '홍길동'이라는 별명까지 얻었지만 두세 달 전부터 무릎 바깥쪽이 조금씩 아파오더니 최근에는 더욱 심해졌다.
특히 하산할 때 무릎이 끊어질 듯한 통증으로 결국 병원을 찾아야만 했다.
박씨 병명은 '장경인대염'. 주로 장거리 달리기나 사이클 운동을 하는 운동선수에게 많은 질환이지만 최근 장거리 산행을 즐기는 프로급 등산 인구가 늘면서 장경인대염을 호소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과도한 산행 이후에 무릎 통증이 발생한다면 우선 무릎 주변 건염, 장경인대염, 연골연화증, 반월상 연골판 손상 등을 의심해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장경인대염은 산행 전후 간단한 스트레칭만으로 예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원인과 증상, 예방법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
◆ 산행 전후에 반드시 스트레칭
평소에 산을 잘 탄다고 자신하는 사람일수록 무리한 산행으로 인대를 혹사시키기 쉽다. 되도록 속도를 줄이고 본인 체력의 70~80% 정도를 이용해 산행을 즐기는 것이 적당하다. 오르막길에서는 가능하면 보폭을 평지보다 약간 좁히는 것이 좋다.
산행에서 정말 조심해야 할 때는 내리막길이다. 하산할 때 걸음걸이는 뒤꿈치를 들고 보행하듯이 최대한 부드럽게 지면을 디뎌 다리 하중이 대퇴부 고관절에 직접 전달되지 않게 한다는 느낌으로 걷는다.
뒤쪽 다리 무릎을 평상시보다 약간 더 깊숙이 구부려주면 앞쪽 다리 부담을 훨씬 줄일 수 있다. 반드시 산행 전후에 스트레칭을 해 인대 유연성을 높여야 하고 특히 하산할 때는 젤 형태 깔창, 무릎 보호대 및 스틱을 이용하면 예방에 도움이 된다.
◆ 하산할 때 심해지는 무릎 바깥쪽 통증
장경인대는 골반에서 허벅지 바깥쪽을 타고 무릎 쪽으로 내려오는 긴 근육과 인대를 지칭하며 엉덩이관절과 무릎관절을 지탱해줌으로써 무릎이 바깥쪽으로 젖혀지는 것을 막아주는 구실을 한다.
산행 초기에는 통증이 없다가 20분 이상 걷거나 뛰면 서서히 무릎 부위에 뻐근함이 느껴지고 특히 계단을 내려올 때나 하산할 때 심해진다. 통증은 무릎 바깥쪽에서 생겨 허벅지나 엉덩이까지 퍼질 수 있다. 땅기는 느낌은 있지만 동작은 정상적이며 딱딱 튕기는 느낌이 있지만 관절염처럼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지는 않는다.
가장 쉬운 자가 진단법은 무릎을 30도 정도 굽힌 상태에서 무릎 바깥쪽을 누르거나 허벅지를 안쪽으로 모을 때 통증이 느껴지는지 여부를 통해 판별하는 것이다.
◆ 인대와 무릎 돌출부 마찰로 염증 생겨
무릎을 굽혔다 폈다 할 때 장경인대는 근육 움직임을 따라 무릎 바깥쪽 넓적다리뼈 돌출부를 기준으로 앞뒤로 움직인다. 무릎을 펴면 돌출부 앞으로 움직이고 굽히면 뒤로 움직이는데 걸을 때는 이것이 수없이 반복되면서 접촉면에 마찰이 생기는 것이다.
이것이 O자형 다리인 사람이나 엉덩이 근육이 약해 무릎 바깥쪽에 하중이 많은 사람이 장경인대염에 취약한 이유다. 또한 보폭을 크게 하거나 내리막을 걸을수록 무릎 각도는 더욱 벌어지고 장경인대에 무리한 힘이 가해지면서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낡은 신발 착용, 내리막이나 횡경사 도로 달리기, 너무 많은 한쪽 방향 트랙훈련, 단순히 너무 많이 달린 것 등도 원인이 될 수도 있다.
◆ 치료 않고 방치할수록 회복도 더뎌
우선 급성기 2~3일 정도는 얼음찜질을 통해 염증으로 인한 부종을 진정시키고 마사지와 소염진통제 사용을 병행한다. 이후 스트레칭 등 인대 유연성을 회복시켜주는 재활치료를 실시해야 한다. 또한 장경인대염은 인대뿐 아니라 주위의 다른 근육, 특히 엉덩이 근육의 바깥쪽 부위인 중둔근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약화된 근육에 대한 근력강화 운동을 시행한다.
스트레칭은 근육 유연성을 증가시켜줄 뿐만 아니라 상처조직이 정상적인 방향으로 치유되도록 도움을 준다. 그러나 과도하게 스트레칭을 하면 근섬유에 손상을 유발해 새로운 상처조직을 만들게 되므로 절대 삼가야 한다.
당분간 산행을 자제하는 대신 수영(무릎 굽혔다 펴기를 반복하는 평영은 제외), 수중걷기, 노젓기 등 운동을 하는 것이 재활치료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자전거 타기, 계단 밟기와 같이 인대에 압력을 주는 운동은 좋지 않다.
장경인대염은 단시간에 잘 호전되지 않으므로 천천히 시간을 두고 '휴식을 취한다'는 생각으로 치료해야 한다. 어느 정도 호전됐다고 다시 장거리 산행을 하면 곧 재발할 뿐만 아니라 잘못하면 고질병으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