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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레드 다이아몬드 <대변동: 위기, 선택, 변화> 1부와 3부[출처] 제레드 다이아몬드 <대변동: 위기, 선택, 변화> 1부와 3부|작성자 당당한그녀

하늘벗삼아 2019. 12. 16. 16:03


개인과 국가의 경우 대부분의 위기는 오래기간 축척된 점진적 변화의 결과이다. 위기는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압력이 갑자기 폭발할 때 닥친다.


위기와 변화를 요구하는 압력은 개인과 집단 모두에게 닥친다. 한 사람의 개인부터 팀과 기업, 국가와 전 세계까지 규모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위기가 닥칠 가능성이 있다. 위기는 외부적 압력으로 야기될 수 있다. 예컨대 개인이라면 이혼으로 배우자와 헤어지거나 배우자의 죽음으로 혼자가 되기도 한다. 또 국가는 다른 국가의 위협이나 공격으로 위기에 빠진다. 한편 내부적 압력도 위기의 원인이 된다. 개인에게는 질병, 국가에는 사회적 갈등이 내부적 압력의 대표적 예이다. 외부적 압력이나 내부적 압력에 성공적으로 대응하려면 선택적 변화가 필요하며, 이는 개인과 국가 모두에 해당한다. (p.20)

국가는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고 무엇을 선택하며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갑자기 닥친 위기에 현명한 선택과 변화는 미래의 번영을 불러온다. 국가의 성공과 자멸을 결정짓는 변곡점은 무엇인지 정치적 위기를 겪은 일곱 국가를 2개씩 묶어 비교.분석했다. 외부적 요인으로 갑작스레 격변을 맞은 핀란드와 일본, 내부적 갈등으로 위기에 처한 칠레와 인도네시아, 점진적으로 확대된 위기에 시달린 독일과 오스트레일리아를 통해 고통스럽지만 정직한 자기평가와 대응이 근현대의 격동기를 어떻게 극복 가능했는지 보여준다. 이어서 오늘날의 일본과 미국, 세계가 직면한 대변동을 설명하고 현재와 미래의 변화 가능성을 제시했다. 책은 위기 해결에 영향을 주는 12가지 요인을 분석하고 있다. 변화를 요구하는 내·외부적 압력에 성공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선택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나아가 전 세계가 당면한 국가 간 불평등, 환경 자원의 부족, 기후 변화, 인구 변동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지 냉철하게 따져보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과 한국에게 일본은 과거사를 반성하고 용서를 구하라는 직언이 담긴 8장은 한국인으로서 참 고마운 발언이다. 다만 균형잡힌 시각보다는 약간 치우친 미국인의 입장에서 책을 기술한 점은 살짝 아쉬웠다.

나는 일곱 국가 모두를 좋아하고 동경하며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방문한다. 또 최근 2년 사이에 일곱 국가를 방문했고, 특히 두 국가로 영원히 이주할 가능성을 심각하게 고려하기도 했다. 따라서 나는 직접경험과 그곳에 거주하는 오랜 친구들에게 전해 들은 간집경험을 토대로 그 국가들에 대해 심도 있게 호의적으로 쓸 수 있다. 나 자신은 물론이고 내 친구들도 충분히 오랜 기간 거주한 까닭에 주된 사건을 목격하고 겪었다. 일곱 국가 중 일본은 직접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국가이다. 내가 일본어를 모르는 데다 21년 전부터 잠깐잠깐 방문한 것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혼으로 맺어진 친척들과 일본인 친구들, 학생들의 오랜 경험을 참조함으로써 부족함을 보완했다. (p.30~31)

저자의 솔직한 고백이 들어있다. 3장에서 일본에 대한 표현이 곱게 포장되어 호의적으로 비췄다. 그런 글들이 어느 정도 이해되기는 하지만 불편했다. 그는 직접경험보다 간접경험으로 일본을 다뤘고 일본인 친척들과 친구들, 학생들에게 전해들은 내용을 받아들였다. 만약 한국인 혹은 일본에게 침략당한 국가들의 친척들과 친구들, 학생들이 주위에 있었다면 또 다른 일본이 그려졌을지도 모른다.

'메이지 시대에 시도한 선택적 변화의 주된 줄기로 우리가 아직 다루지 않은 영역은 일본이 해외 진출과 군사적 침략의 표적에서 행위자로 변한 과정이다. 도쿠가와 시대의 일본은 고립 정책을 추진하며 해외 정복이란 야망도 품지 않았다. 그 결과로 1853년 일본은 군사적으로 월등한 외세로부터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듯하다" (p.160)

침략자를 행위자로 유하게 표현했다. 도쿠가와 시대(에도시대, 1603~1867)의 일본은 해외정복이란 야망을 품지 않았다고 표현했다. 그런데 바로 전시대 1592~1598년에 일본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일으켰고 전쟁에서 패하면서 일본은 군사적 경제적 손실을 많이 입었다. 맥락상 당연히 자중할 수밖에 없는 시기였다. 어느 정도 회복되자마자 바로 야욕을 보였다. 일제의 조선 침략사(1868~1895)가 시작된다. 메이지유신으로 근대화한 일본은 대륙침략을 위한 첫 단계로 정한론을 내세워 한반도를 침략할 기회만을 호시탐탐 노렸다. 알다시피 1910년 조선은 일본에게 합방된다. 도쿠가와 시대 전후로 엄청난 침략의 전쟁이 있어왔는데 정말 야욕이 없었던걸까? 어쨌든 메이지 시대는 선택적 변화를 통해 위기를 극복해 일본이 가장 성공적으로 팽창한 시기였다. 외세의 침략을 역이용해 그들의 우수한 과학기술과 선진문물을 배우고 익히는 유연한 대처를 행했다. 외세의 침략에 겁을 먹고 안으로 문을 꼭꼭 걸어 잠궜던 우리나라와는 판이한 행보였다.

<위기 해결에 영향을 미치는 12가지 요인>

개인이든 국가든 압력을 받으면 자신의 능력과 가치를 정직하고 자세하게 조사해야 한다. 개인적 위기가 성공적으로 해결될 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12가지 요인이다. 이 요인들은 국가적 위기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1) 위기 상태의 인정 (국가가 위기에 빠졌다는 국민적 합의): 자신이 위기에 빠졌다는 걸 인정해야 치료를 받기위해 병원을 찾는다.

2)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개인적 책임의 수용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국가적 책임의 수용): 자기 연민은 개인적 문제의 해결을 피하려고 내세우는 가장 흔한 무기이다. "나한테 문제가 있어" 인정한 후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책임을 떠맡는다.

3) 울타리 세우기 (해결해야 할 국가적 문제를 규정하기 위한 조건): 해결해야 할 문제를 찾아내고 자세히 묘사한다. 이런 선택적 변화는 위기에 빠진 국가의 재평가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4) 다른 사람과 지원 단체의 물질적이고 정서적인 지원 (다른 국가의 물질적이고 경제적인 지원): 도움의 요청은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5) 문제 해결 방법의 본보기로 삼을 만한 다른 사람의 사례 (문제 해결 방법의 본보기로 삼을 만한 다른 국가의 사례): 유사한 위기를 무사히 견뎌냈고 성공한 대처법을 모방하고 본보기로 삼을만한 사람을 알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커다란 이점이다.

6) 자아 강도 (국가 정체성): 자의식과 목적의식으로 무장해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는 독립된 자아로 존재한다는 뜻이다. 위기상황에서 종종 야기되는 지독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반드시 필요하다.

7) 정직한 자기평가 (국가의 위치에 대한 정직한 자기평가): 올바른 선택을 하려면 고통스럽더라도 정직한 자기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8) 과거에 경험한 위기 (역사적으로 과거에 경험한 국가 위기): 과거에 경험에 따라 이번에 닥친 새로운 위기도 해결할 자신감을 갖거나 혹은 무력감에 빠지기도 한다.

9) 인내 (국가의 실패에 대처하는 방법):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어떤 방법이 성격과 맞아떨어지는지 시험해봐야 한다. 합당한 해결책을 찾아낼 때까지 그 과정을 몇 번이고 끈기있게 시도한다.

10) 유연한 성격 (상황에 따라 유연하걱 대응하는 국가의 능력): 선택적 변화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는 데는 유연한 대처가 요구된다.

11) 개인의 핵심 가치 (국가의 핵심 가치): 위기에 맞닥뜨리면 선택적 변화를 받아들일 때 기준을 어디에 두는냐를 먼저 결정한다. 곧 어떤 핵심가치를 끝까지 고수할 것인지 알아낸다. (때론 핵심가치 덕분에 위기 해결이 더 쉬워지기도 하지만 더 어려워지기도 한다. 예) 도둑질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치의 강제수용소에서는 살아남기 위해 도둑질이 필요했다.)

12) 개인적 제약으로부터 해방 (지정학적 제약으로부터 해방): 선택의 자유이다. 당면한 문제와 책임에 얽매여 선택에 제약을 받아서는 안된다. 하지만 국가의 경우 지정학적 영향을 벗어나지 못한다.

※ 개인은 하나의 국가 문화를 공유한다. 국가의 결정은 궁극적으로 개인의 견해, 곧 국가 문화를 공유하는 지도자의 견해에 의존한다. 칠레, 인도네시아, 독일에서는 지도자의 견해가 중요했다. 국가의 위기는 개인의 위기에서 나타나지 않는 리더십, 집단 의사 결정, 국가 기관 등과 관련한 많은 문제를 야기했다.

<현재진행형 위기, 일본과 미국이 당면한 문제와 변화 가능성>

1) 장래에 해결해야 할 과제, 일본

- 일본의 강점: 경제와 인적 자본, 문화와 환경

- 일본의 약점: 정부의 지나친 부채, 감소하는 출산율과 인구의 노령화, 여성의 종속적이고 정형화된 역할과 낮은 사회 참여도, 제한적인 이민정책, 과거사 반성(한국과 중국)

☞ 일본의 강점과 약점은 익숙한 내용이다. 일본의 약점은 우리나라도 고민하는 문제들이다. 출산률 감소와 노령인구 증가는 큰 사회문제이다. 이에 다이아몬드는 미국과 유럽도 같은 문제를 겪었지만 이민으로 인구구조의 덫에서 빠져나왔다고 한다. 이민정책이 답이라고 조심스럽게 조언한다.

독일인과 달리 일본인은 정화과정을 거치지 않았고, 자신들의 체제에 내재한 독소를 제거하지 않았다. 그들은 젊은이들에게 자신들이 범한 잘못을 가르치지 않았다. 하시모토 류타로(일본 총리)는 1997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52주년 기념식에서 '깊은 유감'을 표명했고, 같은 해 9월 베이징을 방문해서는 '충심의 회한'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그러나 하시모토는 중국이나 한국이 일본 지도자에게 원하는 사과를 하지는 않았다. 나는 일본인이 왜 과거를 인정하고 사과한 후 미래로 나아가려 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 몇 가지 이유로 그들은 사과하려 들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사과한다는 것은 결국 자신들이 과거에 악한 짓을 저질렀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다. 유감이나 회한을 표명하는 것은 현재의 주관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일 뿐이다. (p.388)

반성을 더한 진실한 행동이 일본에서도 행해질 때까지 한국인과 중국인은 일본의 형식적 사과를 계속 불신하며 일본을 미워할 것이다. 한국과 중국이 최대로 무장하는 반면, 일본은 자주적으로 방어할 수단을 앞으로도 갖추지 않을 경우 큰 위험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할 것이다. (p.390~391)

일본이 한국과 중국과의 관계를 진정으로 개선하고 싶다면 독일의 선례를 따라 자국의 책임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p.398)

☞ 일본이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하는 날이 오길 바래본다.

2) 장래에 해결해야 할 과제, 미국

- 미국의 강점: 영향력과 경제력에서 최강국, 유리한 지리적 조건, 시민이 어떤 의견이든 제안하고 토론이 가능한 민주주의 사회, 이민자의 나라로 인적자원 풍부

- 미국의 약점: 정치의 양극화 (정치적 타협의 악화 가속화, 다수의 폭정과 소수의 무력화, 치솟은 선거비용, 게리 맨더링-왜곡된 형태로 확정된 하원의원 선거구,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의 증가로 관계의 양극화.편협성.욕설 난무), 사회경제적 불평등, 인색한 공교육투자, 낮은 세금 부담, 교도비.군사비.보건비에 과다한 세금 지출

가난한 사람보다 부유한 사람이 등록하고 투표하며 정치인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기가 더 쉽기 때문에 정치권력이 부유한 집단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p.454)

☞ 미국인은 '미국은 능력을 중시하는 국가'라고 굳게 믿는다. 능력이 있으면 얼마든지 보상받는 사회라고. '무일푼에서 부자로!'가 미국의 이상으로 상징되지만 진실은 그렇지 않다.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됐고 사회경제적 신분 이동도 줄어들었다. 이제는 무일푼에서 부자는 신화다.

<앞으로의 세계 전망과 해법>

전 세계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는 4가지 문제는 핵무기 폭발, 기후변화, 세계적 자원고갈, 세계적 차원의 생활수준 불평등이다. (이미 잘 알고 있는 문제와 미국을 겨냥한 해법 제시는 우리나라와는 별상관없는 이야기로 들렸다.)

세계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3가지 방향은 모두 진전이 있다. 첫번째는 오래전부터 시도해 유효성이 입증된 방향으로 국가끼리의 양자 간 협정과 다자간 협정이다. 예를들면,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경우 사고의 주된 원인이 되는 철새와 항공기의 충돌을 막기위해 양측의 조류 관찰자가 상호 경보 시스템을 수립하기로 합의했다. 가을에 레바논에 조류 관찰자들이 이스라엘을 향해 남쪽으로 날아가는 철새떼를 보면 이스라엘 관찰자와 항공 교통 관제사에게 알려주고, 봄에는 반대로 이스라엘 관찰자들이 북쪽으로 날아가는 철새떼의 이동 경로를 알려준다. 이 합의는 양쪽 모두에게 이롭다. 상대에 대한 증오심을 극복하고 오직 철새와 항공기 안전에만 집중했다. 두번째는 지역별 국가간 협정이다. 지역 질병을 근절하기 위한 협력이 있다. 세번째는 국가기관을 통해 이루어내는 세계협정이다. 유엔 안에는 포괄적 문제를 다루는 세계기구들이 있다. 1980년 세계 전역에서 천연두가 박멸되었다고 선언한 세계보건기구, 성층권의 오존층을 보호하기 위한 1987년 몬트리올 의정서, 국제해양오염방지협약, 국제해저기구 등이 성공 사례로 꼽는다. 세계화는 문제를 야기하기도 하지만 문제를 쉽게 해결하도록 해주기도 한다.

나는 2005년에 발표한 <문명의 붕괴>에서 문제와 해결책의 긴장 관계를 경마ㅡ파괴라는 말과 희망이라는 말의 경쟁ㅡ에 비유했다. 일반적인 경마에서 두 말은 출발점부터 결승점까지 모든 거리를 거의 똑같이 전속력으로 달린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두 말이 점점 빨리 달리며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가속화하는 경마이다. 2005년 <문명의 붕괴>를 발표할 때만 해도 어느 쪽 말이 승리할지 확실하지 않았다. 이 글을 쓰고 있는 2019년 현재까지 두 말은 지난 14년 동안 줄기차게 속도를 더해가며 달려왔다. 우리가 당면한 문제, 특히 세계 인구와 소비량은 2005년 이후 뚜렷이 증가해왔다. 그 문제에 대한 세계의 인식과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도 2005년 이후로 분명히 확대되었다. 하지만 어느 쪽 말이 승리할지는 아직도 분명하지 않다. 어쨌든 경주는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조만간 결론이 날 테고, 그때까지 이제 수십 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하다. (p.521)

☞ 파괴일지 희망일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