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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가해자가 권력을 잃어야 드러난다

하늘벗삼아 2019. 4. 6. 04:46

진실은 가해자가 권력을 잃어야 드러난다

기사승인 2018.04.03  12:5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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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제주4.3 70주년에 부쳐

▲ 미군정 하에서 벌어진 제주4.3 학살 장면(외쪽)과 미군이 제주를 방문 초토화 작전을 계획 [사진 : 제주4.3기념관]

제주도민 3만여 명이 학살된 4.3은 미군정 아래서 일어난 제노사이드(genocide. 집단학살)다. 

특히 중산간마을 95%가 불타고, 2만여 명이 죽임을 당하고, 80여개의 마을이 사라진 미군이 지휘한 ‘초토화 작전’은 전쟁 중에도 일어나선 안 될 민간인 대학살이었다.

1948년 5월10일 단독선거가 치러져 38선 이남에만 정부가 수립되면 조국이 분단되고 만다고 생각한 제주도민들은 단선을 거부하고 투표 당일 산에 오른다.

이때부터 제주도는 레드아일랜드(Red Island. 빨갱이 섬)가 되었고, 미군이 임명한 일제강점기 친일 장교와 친일 경찰, 그리고 육지에서 온 친일 앞잡이 서북청년단에게 학살된다. 

누가, 얼마나, 왜 죽었는지 알지 못한 채 70년 세월이 흘렀다. 진실이 규명되지 않았으니 4.3은 폭동인지, 사건인지, 항쟁인지 이름조차 갖지 못했다. 

진실은 가해자가 권력을 잃어야 비로소 드러난다. 

박정희의 18년 학정이 끝나자 유신의 참혹한 진상이 드러났다. 전두환, 노태우의 12년 독재가 끝날 즈음 5.18은 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명박근혜가 감옥에 갇히고 나서야 천안함과 세월호의 진실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그러나 제주4.3의 진실만은 아직도 다랑쉬 동굴의 암흑에 잠겨 있다. 분명 70년 권력을 유지한 자가 가해자다. 

4.3의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면, 역사의 교훈처럼 가해자에게서 권력을 빼앗아야 한다. 

70여년 세월 대한민국에서 단 한번도 최고 권력을 놓지 않았던 미국을 제주4.3 70주년에 다시 생각하는 이유이다. 

강호석 기자 sonkang1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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