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5000억 원이 든 캐나다 하베스트 에너지 인수 프로젝트는 이명박(MB)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한 자원외교 사업이었다. 그러나 이 사업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부실요인이 종합선물세트처럼 들어간 재앙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렇다 할 사후 평가는 없다.
'경제 대통령'이 되겠다던 이명박 대통령이 추진한 경제 정책은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왔고, 향후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한 정권이 추진한 정책에 대한 사후적 평가는 그 집권세력의 정치적 성향을 떠나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국민 혈세를 제대로 썼는지에 대한 평가이기 때문이다.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과 지식 협동조합 '좋은나라'(이사장 유종일)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직전 정부인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주요 경제 정책에 대한 평가로 'MB의 비용'을 공동 기획, 연재한다. 이 기획은 추상적인 논쟁의 수준에 그치지 않고 정책이 끼친 영향이 얼마나 되는지 구체적인 비용을 추산했다는 점에 의미를 둘 수 있다. 첫 번째 기획이었던 4대강 사업의 비용에 이어 두 번째로 MB 정부의 자원외교를 살펴보겠다. 편집자
한국광물공사의 멕시코 볼레오 구리광산 프로젝트: 1조7419억 원 손실
볼레오 구리 광산 개발 프로젝트(이하 볼레오 프로젝트)는 한국광물공사의 해외 자원개발 투자 사업 중 두 번째로 큰 사업이었다. MB 정부 초기인 2008년 4월 광물공사가 캐나다 바하마이닝(Baja Mining)社와 합작투자를 결정하고 그해 7월 광물공사가 한국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1) KBC(Korean Boleo Corporation)를 설립하고, KBC가 볼레오 광산회사(BBM, 운영회사)의 지분 30%를 취득하면서 투자가 시작되었다(<조선비즈> 2013.4.23). 볼레오 광산엔 구리뿐만 아니라 코발트, 망간, 아연 등이 묻혀 있으며 구리 매장량은 84만5000t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한 해 국내 수입량(97만t)에 육박하는 규모다.
초기에 한국광물공사는 다른 한국기업처럼 지분 투자자에 불과했고 투자금은 8230만 달러(884억 원)였다. 그런데 합작 파트너인 캐나다의 바하마이닝社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처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추가 자금(약 5억 달러)이 투입되지 않을 경우, 운영사(MMB社)의 현 보유 자금만으로는 건설 중단이 불가피하여 사업이 파탄 맞을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렇게 되면 광물공사는 이미 투자한 투자금을 비롯해 지급보증액, 운영사 미지급금 등 총 1억6300만 달러를 고스란히 날릴 판이었다(<아침신문> 2012.10.20.).
그래서 추가자금을 투자할 수밖에 없었는데 대주단(US EXIM, EDC, KDB, 상업은행)은 물론 한국 컨소시엄 참여 업체까지 난색을 표했다. 결국 광물공사가 나섰다. 2012년 10월 광물공사는 추가투자를 통해(4억3000만 달러) 바하마이닝사의 지분을 인수하고 광산운영회사인 BBM의 대주주가 되었다.2) 1억6300만 불의 매몰비용이 아까워 그 2.5배에 달하는 4억3000만 불을 추가 부담한 것이다. 그 후 투자비는 9억3170만 달러(1조15억 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디지털타임즈> 2013.10.9.).
그런데 1조 원 이상 투자된 볼레오 프로젝트의 순현재가치3)는 2013년 11월 현재 단돈 160억 원(14.900만 달러)에 불과하다(<그린경제> 2013.11.1). 순 현재가치가 160억이란 것은 현재 이 사업으로부터는 수익을 거의 기대할 수 없으며 특별한 일이 없는 한 1조 원 넘게 투자한 자금을 거의 전부 날리게 되었다는 뜻이다.4)
광물공사의 손실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공사가 광산 운영사인 BBM社를 실질적으로 인수하게 됨으로써 기존에 BBM社가 가지고 있던 부채까지도 떠안게 되었기 때문이다. BBM社의 2012년 상반기 현재 부채는 약 10억 달러라고 알려졌다(<아침신문> 2012.10.20). 이것까지 포함하면 광물공사의 손해는 2조 원을 넘는다.
현재 볼레오 프로젝트는 계속된 사업비용 증가(cost overrun)로 완공이 늦어지면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광물공사는 볼레오 광산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한국경제> 2013.2.25). 또 이 프로젝트 한국 컨소시엄에 참가한 한국 기업도 투자금을 날릴 것을 우려해 지분 매각을 고려하고 있다. 이 업체들은 광물공사가 단독 운영권을 확보했지만, 운영능력이 있는지 불안해하고 있다.
▲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8월 29일 오후 중국 산둥성 칭다오 숙소인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산둥성 진출 우리 기업인 초청 리셉션에서 자원외교의 중요성 등에 관해 열변을 토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떻게 해서 이런 상황까지 왔을까? 우선, 광물공사는 스스로 수익성에 의문을 품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 투자를 감행했다. 당시 광물공사 이사회 기록을 보면 상당수 이사가 사업추진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5) 한국 측 컨소시엄에 속하는 기업들도 모두 사업성을 우려해 추가 투자를 주저하였다. 그럼에도 공사는 아무런 대안도 없이 사업을 감행했다. 이미 이 시점에서 실패는 이미 예정되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둘째, 애초의 프로젝트도 문제투성이이었다. 먼저 4억3000만 달러나 되는 추가 투자비의 상당 부분은 항만건설 규모 변경, 비용 산출 오류 정정, 통신 시스템 신축 등 개발 초기 단계에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들에 쓰였다. 이는 애초부터 프로젝트가 문제였다는 것, 광물공사가 꼼꼼하게 사업성을 따지고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 합작사업을 추진하면서 파트너 회사의 신용 정도 같은 기본사항조차 제대로 살피지 않은 투자도 문제였다. 합작투자에서 파트너 회사의 경험과 실력, 신용상태를 확인하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공사는 이런 상식적인 점검도 없이 파트너십을 맺었다. 그 결과 추가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광물공사 사장도 이 사업이 애초부터 잘못 시작되었고 합작 파트너사 선정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하였다.6)
넷째, 내부 투자 규정을 무시한 무리한 사업 추진도 문제였다. 공사 내부 기준에 따르면(해외직접투자 및 판단기준), 공사는 해외사업의 내부수익률이 공사에서 정한 최저기준수익률(10%)을 초과하는 경우에만 투자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런데 볼레오 프로젝트는 추정 내부수익률이 8.3%에 불과했는데도 아무 대안 없이 무리하게 투자가 감행되었다(<아침신문> 2012.10.20).
다섯째, 투자 절차와 의사결정 면에서도 문제투성이이었다. 무리한 사업을 시작하면서 리스크 관리를 위한 회의 한 번 없었고 이사회도 배제한 채 진행되었다. 실제로 볼레오 구리광산 사업 추가투자 건은 합작사인 바하마이닝社와 모든 합의가 끝나고 나서 1차 납입액을 내기 일주일 전에야 이사회에 보고되었다(<아침신문> 2012.10.20).
어쩌면 이렇게 내부기준에 어긋나는 사업을 이사회도 배제한 채 사장이 독단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다는 점이야말로 볼레오 프로젝트의 가장 큰 실패 이유였는지도 모른다. 광물공사는 정부의 감시를 받는 공기업이기 때문에 사장 독단으로 이런 무모한 투자를 감행할 수 없다. 그럼에도 가능했던 것은 그 배경에 MB 정부의 묵인, 무리한 자원외교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볼레오 프로젝트 실패의 진정한 이유는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임에도 사업 추진을 위한 민주적 절차와 합당한 정부 감시가 없었다는 점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볼레오 프로젝트를 거슬러가 복기해보면 리스크를 무시한 무모한 투자, 기본조차 체크하지 않는 프로젝트, 절차를 무시한 독단적 의사결정, 안일한 판단 등 무수한 정책 실패를 만날 수 있다. 프로젝트가 실패하지 않고 성공하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이다. 한마디로 볼레오 프로젝트는 졸속으로 추진된 말 그대로 ‘묻지마 투자’였다.
그럼 광물공사는 얼마나 손실을 본 것일까? 우선 총 투자액 1조15억 원에서 순 현재 가치 160억의 70%에 해당하는 112억 원을 뺀 차액 9903억 원의 손실이 있다. 다음으로 공사가 떠안은 BBM社 부채 약 10억 달러 70%에 해당하는 7억 달러(약 7516억 원)도 손실에 해당한다.7) 이 2개의 손실을 합치면 한국광물공사의 손실은 총 1조7419억 원에 이른다.
한국중부발전의 말레이시아 바이오매스 열병합발전 프로젝트: 148억 원 손실
2008년 9월 중부발전은 말레이아 POIC 바이오매스(biomass)8) 열병합발전 프로젝트(이하 ‘POIC 프로젝트’이라 함)에 대한 투자를 결정했다. 이 프로젝트는 세계 최대 팜오일 산업단지로서 120여 개 바이오 디젤 업체 및 팜오일 정제업체가 입주해 있는 말레이시아 팜오일산업단지(POIC)에 팜 열매 부산물을 원료로 사용하는 열병합 발전소를 건설해 스팀(80%)과 전력(20%)을 판매하는 것이었다. 더불어 바이오매스 연료 이용에 따른 탄소배출권을 확보해 부가수익을 창출하는 것도 노렸다.
이 프로젝트의 총투자비는 1억 달러(약 1266억 원)로, 투자 재원은 자본금 253억 원에 부채(프로젝트 파이낸싱) 1013억 원으로 조달할 계획이었다. 자본금은 40%(약 101억 원)를 중부발전이 투자하고 나머지 60%를 공동 사업자인 에코프론티어(25%)와 한국인프라자산운용(35%)이 투자하는 구도였다. 투자 기간은 21년이었다(표 3-5).
POIC프로젝트에 대해 MB 정부는 한국 최초로 말레이시아에서 폐기물을 활용해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하는 시설을 수출하게 됐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한국경제> 2012.9.24). 이 프로젝트는 앞으로 20년간 8300억 원의 수익을 올릴 것이며 탄소 배출권을 얻는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이어서 여기서도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선전하였다.
이런 기대감에 부풀어 POIC프로젝트는 2010년 9월 건설을 시작했다. 그러나 착공한 지 6개월도 안 된 2011년 2월 공사는 중단되었다. 결국 중부발전 이사회는 2012년 11월 POIC프로젝트를 정리하기로 의결하였다.
POIC프로젝트가 좌초한 배경에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사바주(州) 등 일부 지자체의 반발로 발전차액 지원제도 시행을 유보하는 등 현지정부의 정책 변화도 한몫했다. 발전차액 지원제도란 신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의 기준가격을 정해두고 전력 가격이 기준을 밑돌면 차액을 제공하는 일종의 보조금제도다. 발전 단가가 비싼 신재생에너지 발전은 이런 지원이 없으면 경제성이 떨어져 사업을 추진하기가 어렵다.9)
그러나 POIC프로젝트가 좌초한 핵심 이유는 스팀수요의 불확실, 경제성 감소 등의 이유로 1000억여 원에 이르는 재원 조달(프로젝트 파이낸싱)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원래 중부발전은 이 프로젝트의 수익성이 매우 높다고 자랑했다. 실제로 중부발전은 프로젝트의 내부수익률(IRR)이 21.21%나 되며,10) 스팀수요가 매년 10%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 스팀 수요처 확보 및 판매에 리스크가 없다고 밝혔었다. 중부발전은 이런 수치를 근거로 POIC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결정했다
그러나 감사원 감사결과 21.21%라는 내부수익률은 중부발전이 사업 타당성 분석 용역을 의뢰한 회사의 중간 보고서를 임의로 차용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 용역회사는 중간보고서 수치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것이라고 명기했었다. 실제로 이 용역회사는 2009년 9월 최종 보고서에서 예상 내부수익률이 8.68%에 불과하며 게다가 스팀수요와 관련된 어떤 계약도 체결되지 않았고 산업단지로의 입주도 불확실하다는 경고성 결론을 냈다(감사원, 감사결과보고서 2013.8).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부발전은 자신이 용역을 의뢰한 용역회사의 타당성 분석 결과를 무시하고 투자를 감행했고, 2009년 12월과 2010년 8월 두 차례에 걸쳐 POIC프로젝트를 추진할 현지법인인 에코 바이오 에너지(EBE, Eco Biomass Energy)에 850만 달러(약 100억 원)을 출자했다.11)
그러나 수익률도 낮은 데다 수요의 확보도 안 돼 있는, 게다가 단지에 입주할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는 프로젝트에 재무적 투자를 할 바보는 없다. 결국 POIC프로젝트는 재무투자자를 확보하지 못하여 발전소 건설도 완공하지 못한 채 좌초되었다. 사업성이 없는 사업을 계획한 것 그 자체가 실패의 원인이었다.
이렇게 중부발전은 수익률을 눈속임하면서까지 POIC프로젝트 투자를 감행했다. 당시는 MB 정부가 자원외교에 열을 올리고 자원 공기업에 자원투자를 적극 독려하고 있을 때였다. 보이지 않는 압력이 대단했으리라는 것은 쉽게 추정할 수 있다. 그러니 중부발전도 무언가 한 건을 올렸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엉터리 투자는 실패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현재 이 사업은 현지법인 청산 절차가 진행 중이다. 중부발전은 토지 사용권 매각 이외에는 회수 자산이 없어 투자한 자본금 전액(약 100억 원)을 손실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투데이뉴스> 2013.8.2). 또 재무투자자의 상환 청구에 따라 우선주 상환 배당금 및 이자 48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중부발전은 POIC 프로젝트 투자로 총 148억 원의 손해를 보았다.
MB의 비용 기획시리즈
1) LS니꼬동제련, SK네트웍스, 현대하이스코, 일진머티리얼즈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2) 2013년 4월 현재 볼레오 광산 사업 지분율은 한국광물공사 70%, LS니꼬동제련 8%, SK네트웤스 5%, 현대하이스코 5%< 일진 머티리얼즈 2%, 캐나다 바하마이닝 10% 이다(조선비즈 2013. 4.23).
3) 순현재가치(NPV)란 사업의 가치를 측정하는 척도의 하나로, 최초 투자시점부터 사업이 끝나는 시점까지 사업으로 인해 들어오는 수익에서 비용을 뺀 순편익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것을 말한다. 순현재가치가 투자자금에 비해 크면 사업의 가치가 있다는 말이고 적다면 사업 가치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4) 물론 볼레오 동광에서 새로운 광맥이 발견되거나 새로운 수익원이 창출된다면 순현재가치가 올라가기 때문에 손실이 줄어들 수도 있다.
5) 이사회 기록을 보면 “이 사업 자체가 전반적으로 완전히 부실”, “실제로, 지금 5억불 잡아놓으면 5억불에 못 끝납니다. 왜냐하면 앞으로 Ramp-up 기간까지 해서 2년을 해야 하는데 2년 동안에 이 5억불 가지고 끝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안 됩니다. 더 들어갈 가능성도 많지요.” 등 사업추진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표명하고 있었다(아침신문 2012.10.20).
6) 광물공사 사장은 “파트너 리스크가 이렇게 심각할 줄 몰랐습니다. (….중략…) 마르코나에서 애 먹이고, 볼레오에서 애 먹이고, 이제 앞으로 또 어떤 사람이 애를 먹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이렇게 파트너 리스크가 심각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며 밝히고 있다 (아침신문 2012.10.20).
7) 바이오매스는 에너지로 전환이 가능한 나무와 농작물 분뇨 등을 통칭하는 말로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와 달리 환경 파괴가 적고 재생이 가능해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8) 그래서 한국 등 각국 정부는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육성하기 위해 발전차액 지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9) 내부수익률(IRR, Internal rate of Return)이란, 투자의 지출액과 그 투자로부터 기대되는 수입액의 현재가치가 동일하게 되는 할인율을 말한다. 이 수익률이 높을수록 투자 수익성은 좋다.
10) 에코 바이오매스 에너지(EBE, Eco Biomass Energy )는 중부발전과 공동 투자자인 에코프론티어 및 한국인프라자산운용 등이 POIC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함께 설립한 특수목적회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