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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20만 리터, 캡사이신 최루액 651리터에 이어 식용유도 100리터 이상 사용 확인

하늘벗삼아 2015. 11. 24. 15:21

·지난 14일 민중총궐기 막으려고 쏟아부은 경찰 장비 총정리해보니…물 20만 리터, 캡사이신 최루액 651리터에 이어 식용유도 100리터 이상 사용 확인



지난 14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경찰이 집회·시위를 관리용으로 쓴 각종 물량이 경찰 역사상 기록될 만한 엄청난 양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물대포에 쓰인 물 양만 200t이 넘었고, 캡사이신 최루액은 651ℓ가 쓰였다. 경찰 인력만 2만명 가량이 동원됐다. 특히 이번 진압과정에서 새롭게 등장한 차벽보호용 식용유와 실리콘도 100ℓ가 넘는 상당량이 쓰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역사에 길이 남을 최대 물량 공세”

새정치민주연합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정청래 의원과 임수경 의원이 22일 경찰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지난 14일 민중총궐기 투입 경찰력 현황들을 보면, 경찰은 이번 집회 관리를 위해 사상 최대급인 경찰 인력을 모두 2만 여명 동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에서 올라온 경찰력 총 284개 중대가 투입된 것이다. 정 의원은 “이는 최근 10년 이래 최대의 경찰인원과 장비가 동원된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 1명이 시민 3.4명(경찰 추산 집회 인원 6만8000명)을 맡았던 셈이다.

이는 경찰 추산 8만명으로 가장 많은 시민들이 모였던 2008년 6월 10일 광우병 촛불집회 당시의 경찰병력이 1만7000여 명을 동원했던 것보다도 많은 규모다.

지난 14일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민주노총 등 노동·농민·시민사회단체로 이뤄진 ‘민중총궐기 투쟁본부’가 개최한 정부 규탄 ‘민중총궐기 투쟁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행진도중 경찰이 발사한 물대포를 맞고 있다. /김정근기자

살수차는 경찰이 보유한 전국의 19대가 전부 서울로 올라와 ‘활약’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살수차의 ‘조준사격’을 당해 서울대병원에서 중태에 빠져 있는 농민 백남기씨를 쓰러뜨렸던 ‘살수차 사용결과보고서(충남 살수 9호)’를 입수해 본 결과, 14일 당일 오후 6시50분쯤부터 7시30분까지 서울 종로구 서린교차로 앞 노상에서만 40분간 4000ℓ를 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전국 경찰이 지난해 한 해 동안 뿌린 물의 총량과 같은 수준이었다.

충남 살수9호는 총 5회간 경고, 곡사, 직사 살수를 했다. 0.5%의 농도로 최루액을 쏘기도 했다고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경찰 내부 지침에도 위배되는 것이라고 정 의원은 지적했다. 경찰청 ‘살수차 운용지침’에 따르면 처음엔 그냥 물만 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냥 물을 쏜 것을 제외하면 실제 분사했던 최루액의 농도는 훨씬 높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 결과보고서에는 집회 참가자들을 ‘극렬 시위대’라고 표현하는 등 과잉 진압을 정당화하려는 의도도 엿보였다고 정 의원은 설명했다.

그러나 경찰은 해당 살수차의 탑승자와 운용자, 지휘부와 주고 받은 통신내역을 밝히지 않았다. 임 의원은 경찰에 관련 기록 국회 제출을 요구했지만 경찰로부터 돌아온 답변은 “무선통신 내역을 녹음하고 있지 않는다”는 얘기 뿐이었다. 임 의원 측 관계자는 “과잉진압을 회피하기 위해 자료 제출을 일부러 거부하는 의혹이 나오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4월 18일 열린 세월호 1주기 추모 집회 당시에도 물 3만3200ℓ, PAVA(물에 타는 최루액) 30ℓ를 써 비판을 받았다. PAVA의 경우 물질안전자료(MSDS)에 따르면 인체에 사용해서는 안될 매우 유해한 물질로 분류돼 있어 사용 중단이 요구되고 있는 최루액이다.

하지만 지난 14일 하루에만 물 202t(20만2000ℓ), PAVA 440ℓ를 사용했다. 캡사이신 분사기는 모두 580대가 이용됐다. 색소물감도 120리터 쓰였다. 7개월 새 살수량은 6배 이상, 최루액은 14.7배 늘었다. 임 의원은 “물대포 살수량은 경찰 역사에도 남을 정도의 양”이라고 지적했다.

■위헌인 ‘차벽’은 아예 ‘산성’으로 ‘승격’

헌법재판소가 위헌임을 결정한 경찰 차벽도 ‘건재함’을 넘어 서울 광화문·종로 일대 도심을 ‘산성(山城)’으로 둘러치듯 더욱 강화된 모습을 보였다.

지난 14일 차벽 등을 위해 투입된 경찰버스는 모두 679대로 나타났다. 지난해 세월호 집회 때에는 최대 150여대 가량이 광화문 일대를 막았던 것에 비하면 4배 가량 증가한 것이다.

14일 오후 6시30분 경찰 버스 등 차벽으로 둘러싸인 서울 광화문 광장 안에는 현장에 근무 중인 경찰관들을 제외하고 다른 시민들은 보이지 않고 있다. /김상범, 김서영 기자

앞서 헌재는 2011년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했다”며 경찰의 차벽을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 경찰이 불법 집회·시위를 막기 위해 서울광장 전체를 경찰버스로 에워싸자 시민들이 이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한 데 따른 결과다.

헌재는 당시 결정문에서 차벽이 ‘불합리한 공권력 행사’라고 판단했다. “불법 폭력 집회나 시위 발생 가능성이 있더라도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광장에서 일체의 집회는 물론 통행조차 금지한 경찰의 차벽 설치는 전면적이고 극단적 조치로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했다”는 것이었다. 재판관 의견은 7(위헌)대 2(합헌)로 났다.

일부에선 지난 8월 서울중앙지법에서 난 판결을 두고 차벽의 합법성을 주장하기도 한다. 법원은 판결에서 시위대가 경찰 경고를 무시하자 비로소 차벽을 설치한 점, ‘차벽 간 틈을 만들어 시위대가 아닌 일반 시민이 통행할 수 있도록 한 점, 차벽을 동서로 평행 설치해 교통 소통도 확보한 점 등을 인정하면서 경찰 차벽 설치가 시위대의 진행을 제지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에 해당한다고 결론냈다.

그러나 지난 14일 경찰의 차벽은 이와 달랐다는 게 중론이다. 일반 시민들은 서울 광화문 일대를 빠져나가기 위해 3㎞ 이상을 걸어 안국역 정도까지 가서야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경찰은 사전 경고 없이 이날 집회 시작 전부터 일찌감치 차벽을 쳐둔 터였다. 이 때문에 교통 소통 역시 집회 참가들 때문이 아니라 경찰 때문에 빚어졌다고 보는 시민들이 적지 않았다.

특히 이번 과정에서 사실상 처음 등장해 집회 참가자와 경찰 양측으로부터 주목을 받았던 ‘식용유’와 ‘실리콘’의 사용량도 처음으로 밝혀졌다.

이 두 가지 경찰의 ‘신종 집회관리 장비’의 용도는 차벽보호용이었다. 집회 참가자들이 버스를 전복시키지 못하도록 바퀴 틈에 실리콘을 발랐고, 버스에 올라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식용유를 뿌리는 식이다.

이번에 사용된 두 신종장비의 양은 식용유가 113ℓ, 실리콘이 107.25ℓ였다.

경찰은 당시 차벽 위에서 식용유를 집회 참가자들에게 뿌리면서 버스에 올라오지 못하게 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참으로 창조적 진압방법”이라고 비꼬면서 “식용유를 왜 사용하였겠는가. 군중들이 식용유에 미끄러져서 뇌진탕을 당하라는 그런 악의적 의도 아니었는가”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월요일 안전행정위원회 현안보고에서 경찰의 과잉진압에 대해 철저히 따져 묻겠다”며 “정부와 새누리당은 일베 말만 듣고 마타도어를 일삼을 것이 아니라,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외친 국민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정부, 여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임 의원도 “박근혜 정부의 두려움이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연결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