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
위에서
- 최백호
긴
꿈이었을까 저 아득한 세월이 거친 바람 속을 참 오래도
걸었네
긴 꿈이었다면 덧없게도 잊힐까 대답없는 길을 나 외롭게
걸어왔네
푸른 잎들 돋고 새들 노래를
하던 뜰에 오색 향기 어여쁜
시간은 지나고
고마웠어요 스쳐간 그 인연들 아름다웠던 추억에 웃으며 인사를
해야지
아직 나에게 시간이 남았다면 이 밤 외로운 술잔을 가득히
채우리
푸른 하늘 위로
웃음 날아 오르고 꽃잎보다
붉던 내 젊은 시간은 지나고
기억할게요 다정한 그 얼굴들 나를 떠나는 시간과 조용히 악수를
해야지
떠나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면 이 밤 마지막 술잔에 입술을
맞추리
긴 꿈이었을까 어디만큼 왔는지 문을 열고 서니 찬 바람만 스쳐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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