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고 싶은 시 139 : "답장" -세르게이 알렉산드로비치 예세닌(Sergei Aleksandrovich Yesenin, 1895-1925)
Marc Chagall(1887-1985)_"The Promenade"
(1917. Oil on canvas. 163.4 x 169.6 cm. State Russian Museum. St. Petersburg. Russia.)
답장
-세르게이 예세닌(Sergei Yesenin, 1895-1925)
내 늙은 어머니,
사시던 대로 그냥 사세요.
어머니의 사랑,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다 절실히 느끼고 있다구요.
하지만
내가 무얼 위해 사는지,
이 세상에서 무얼 하며 사는지,
어머니는 눈꼽만큼도 이해할 수 없을 거예요.
…………
어머니!
눈보라 속에서 어떻게 잠이 들 수 있지요?
굴뚝에선 웅웅대는 소리가
그렇게 불평하듯 늘어지는데.
몸을 뉘려 하면,
보이는 건 침대가 아니라
좁은 관이고,
꼭 무덤에 들어가는 것만 같을 테지요.
…………
내가 사랑하는
그 봄을
나는 위대한 혁명이라
부르지요!
오직 그 하나만을 위해
괴로워하고 슬퍼하는 거예요.
그 하나만을
기다리며 불러대는 거예요.
그런데 이 가증스러움이란
레닌의 태양으로도
여태 덥혀지지 않는,
우리의 이 차가운 지구 말이에요!
바로 그래서
시인의 아픈 가슴을 안고
추태를 부리기로 나선 거예요.
술 마시고 싸움질이나 하면서 말이예요.
…………
돈에 대해서는 잊어버리세요.
모든 것을 다 잊어버리시라구요.
죽음이라니요?!
왜 그러세요?
내가 뭐 외양간에서 끌어내야 하는
소는 아니잖아요.
말이나
당나귀도 아니구 말이예요.
때가 오면,
지구에
불을 지펴야 할 때가 오면,
내 발로 나가겠어요.
그리고는, 돌아오는 길에
목도리를 사 드리지요,
아버지께는
말씀하신 바지도 사 드리구요.
Addition I
Marc Chagall(1887-1985)_"White Crucifixion"
(1938. Oil on canvas. 140 x 155 cm. Art Institute of Chicago. Chicago. USA.)
Addition II
"Freedom is a bourgeois prejudice." -V. I. Lenin(1870-1924) 註: 과연 그런가